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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나라에 범죄도시 있다며?"…캄보디아인들, 혐오에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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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나라에 '범죄도시' 있다며?"
경기 화성시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코엠퉁(33)씨는 최근 한국인 관리자 '형님'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형님, 너무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를 그렇게 말씀하시면 얼마나 아픈지 모르시겠습니까"라고 바로 대꾸했지만 씁쓸함은 가시지 않았다. 모국에서 벌어진 범죄들이 자신에 대한 혐오와 비난으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코엠퉁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장난식의 말이 아니었다"며 "누가 잘못했으면 그 사람이 벌을 받으면 되지 않나. 왜 전체를 그렇게 범죄자처럼 보느냐"고 반문했다.
코엠퉁씨처럼 국내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이 무차별적 혐오에 고통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늘어가고 있다.
캄보디아인들의 페이스북과 스레드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한국인인데, 왜 캄보디아를 욕하느냐", "범죄조직은 중국계다. 캄보디아인도 피해자다"라는 등의 크메르어(캄보디아 공용어) 호소 글도 잇따랐다.

2010년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정착해 국적까지 취득했다는 첸다(37)씨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캄보디아 내 범죄가 정부의 묵인 속에 이뤄진 것 같다며 현지 경찰 등을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첸다씨는 "캄보디아 정부에서 이런 곳(범죄단지)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이 캄보디아를 미워하거나 무서워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캄보디아 국민도 법이나 정부를 못 믿는다. 돈 있는 범죄자가 돈을 주면 넘어가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 초기에는 한국인들이 캄보디아인을 '오해'했을 수 있었을 거라며 "이제 뉴스에서 자세히 보도되고 있지 않은가. 캄보디아 국민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을 아마 한국 분들도 알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 범죄자를 60명 넘게 추방한 만큼,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내건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 있는 반정부 성향 인사들의 송환을 요구한 적이 있다는 보도가 근거다.
캄보디아에 급파됐던 우리 정부 합동대응단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만, 당사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노동부 공무원 출신인 놉 소테아(55)씨는 "만약 캄보디아가 (반체제 인사들의) 인도를 요청할 경우 매우 위험하고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테아씨는 2년 전 석사학위를 위해 입국해 현재 정치적 망명 목적의 난민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는 많을 것이지만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은 많지 않다. 100명도 안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캄보디아 정부가 원하는 것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yulri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