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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의 재탄생] 동백기름 짜던 제주 농촌창고가 관광객 찾는 체험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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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지난달 말 한적한 제주 서귀포시 산간 마을인 신흥리가 시끌벅적해졌다.
중국 유명 인플루언서 등 10여명이 신흥리 '동백마을 방앗간'을 찾아 이 마을의 전통인 '동백솥밥'을 사진 찍고 먹어보는 체험을 했다. 이들 인플루언서의 팔로워 수는 각각 수십만 명에 이른다.
동백마을 방앗간은 과거 마을 주민들이 동백 씨앗으로 기름을 짜던 허름한 창고였다.
그러던 중 2013년 건물을 증축해 여행자들이 동백 관련 음식 등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매달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인근의 옛 신흥2리 사무소 공간도 개조해 여행자 숙소로 활용하다가 최근 '동백언우재'로 탈바꿈했다.

신흥2리 사무소가 2007년 새로운 곳으로 옮긴 뒤 공간이 한동안 비어 있었지만,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2013년부터 차츰 새로운 모습으로 하나둘씩 변했다.
지난달 동백언우재에 묵으며 동백마을을 체험한 중국 인플루언서 잔위민(30대)씨는 "여행자 숙소가 업무공간과 쉬는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창밖 시골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며 "중국 사회관계망 플랫폼을 통해 이런 점들을 홍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모슬포항에는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을 위한 공유오피스 공간인 '대정읍 촌(村)-피스'가 지난달 들어서 최근부터 손님을 맞고 있다.
대정읍 촌-피스 건물은 가파도·마라도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의 대합실이었다.
2017년 6월 여객선 대합실이 인근 하모리 남항(운진항)으로 이전하면서 8년간 비어 있었다. 이에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2리는 모슬포항 옛 가파도·마라도행 여객선 매표소를 워케이션 건물로 개조했다.
대정읍 촌-피스는 연면적 163.45㎡의 2층 규모다. 1층에는 공유오피스와 회의실이 마련됐고 2층에는 소규모 세미나실과 다목적 교류 공간이 조성됐다.
대정읍 촌-피스는 지역 균형발전 사업으로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자 청년 인재 유입 기반 마련, 디지털 기반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 지역 주민과 외부인의 교류 및 협업 촉진 등을 목표로 추진됐다.

한분도 대정읍장은 "공공시설 운영을 위한 입주자와 주민이 기획·관리하면서 단기 체류형 워케이션 프로그램, 청년 창업 네트워크, 농어촌 마을 자원 기반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제주올레 13코스 종점이자 14코스 시작점인 한경면 저지리의 '미센터'도 개조 공사를 거친 후 지난 7월 새롭게 문을 열어 활기를 띠고 있다.
미센터는 농촌 유학이나 여행자용 숙소와 어린이 도서관으로 구성됐는데, 새 단장 후 2달간 200명이 넘는 인원이 농촌 마을의 미센터를 찾았다.
2011년 '웃뜨르 권역' 사업으로 완공된 미센터는 이번 개조 이전까지 상당 기간 침체를 겪었다.
김영화 미센터 사무장은 "숙소 등을 찾는 여행객이 거의 없어 관련 사업이 침체하고 미센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하지만 최근 숙소 공간과 연계한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운영 조직도 새롭게 정비하면서 조용한 마을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거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kos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