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섬세한 붓 터치에 관중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민낯에 가까웠던 참가자들의 얼굴이 컴퓨터로 보정한 것처럼 확 달라진 모습이 신기한 듯 사진과 영상을 남기거나 '폭풍 질의'를 하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주벨기에 한국문화원 주최 '언박싱 코리아' 행사장에 마련된 'K뷰티존'의 아이돌 메이크업 시연 현장이다.
시연 무대 반대편에서는 방문객들이 화장대에 앉아 종류별 한국산 화장품을 발라보고, 각자 피부색에 어울리는 '퍼스널 컬러'(개인 맞춤형 색)에 관한 조언을 듣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킹가 키엘체슈카(25)씨는 "방문객들이 퍼스널 컬러를 고르는 걸 특히 좋아한다"며 "유럽에서는 연예인이 아닌 이상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고, K뷰티만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2회차를 맞은 '언박싱 코리아'는 문화원이 연중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행사라고 한다. 현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외국인들이 기대하는 행사의 규모와 수준도 높아진 탓이다.
문화원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위한 3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뽑는 데에만 180여명이 지원했다"며 "일일이 면접을 보고 사전 교육을 했는데, 다들 정말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문화원 건물 내와 인근 야외 광장에 마련된 뷰티·푸드·컬처·관광 등 네 가지 테마별 구역에도 남녀노소 방문객들의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특히 'K푸드존'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구름 인파가 몰려 높아진 한식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국내 가공식품업체 9개사가 한국산 쌀을 활용한 디저트, 전통주 칵테일, 떡볶이 등을 선보였는데 준비한 물량이 동이 나면서 유럽에 이미 진출한 업체는 현지 유통사를 통해 추가 물량을 긴급 공수했다.
추가 물량이 구할 곳이 없는 업체들은 애초 판매용으로 분류해둔 물량을 시식용으로 돌렸다. 한 명에게라도 더 홍보하기 위해서다.
행사를 위해 출장 왔다는 조재곤 영풍 대표이사는 "사실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이 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현장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더 준비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며 혀를 내둘렀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양한 연령대 방문객이 찾은 것도 특징이다.
'K컬처존'에서 익선관 만들기 체험을 하던 프랑스인 오스카(12)군은 한국어를 배운 지 약 1년 정도 됐다면서 "한글을 외우는 게 너무 어렵지만 또 너무 재미있다. 지금은 내 이름을 한글로 쓸 줄 안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스카 군의 모친은 "우리가 3년 전에 가족여행을 한국으로 다녀왔는데 그 뒤로 아들이 한국에 푹 빠졌다"며 "예전과 달리 한국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유럽 내에서 굉장히 높아진 것이 인기의 비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19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양일 동안 2만5천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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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