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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의 쓸쓸한 퇴장, 올해는 오타니가 이겼다[스조산책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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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는 올해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쓸쓸하게 오프시즌을 맞았다.

지난해 AL 페넌트를 차지한 뒤 월드시리즈까지 올랐다가 NL 우승팀 LA 다저스에 1승4패로 무릎을 꿇고 준우승에 머문 양키스는 올시즌 설욕을 다짐했지만, 디비전시리즈(DS)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ALCS행 티켓을 내주고 조기 탈락했다.

양키스는 정규시즌서 94승68패를 마크, 토론토와 동률을 이뤘으나 상대 전적서 밀려 와일드카드시리즈(WCS)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WCS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2승1패로 꺾었지만, DS에서 올시즌 AL 최강팀으로 떠오른 토론토에 1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정규시즌 열세를 포스트시즌서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아쉬움이 가장 크게 남은 선수는 아무래도 '캡틴' 애런 저지라고 봐야 한다. 그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5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22, 1홈런, 3타점으로 부진해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스스로 살리지 못했다. 특히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5차전 첫 타석에서 선제 투런홈런을 때리며 분전했으나, 5-0으로 앞선 5회초 수비 때 토미 에드먼의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를 앞으로 나오면서 잡으려다 놓치는 뼈아픈 실책을 범해 해당 이닝서 대거 5실점의 빌미를 제공, 결국 역전패를 당하고 시리즈를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저지는 올시즌 개인적으로는 역사에 남을 만한 활약을 남겼다. 현재 AL MVP 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60홈런의 주인공 시애틀 매리너스 칼 롤리와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저지는 지난 7월 말 오른쪽 팔꿈치 굴근을 다쳐 열흘을 쉬었음에도 커리어 하이에 버금가는 시즌을 보냈다. 타율(0.331), 출루율(0.457), 장타율(0.688), OPS(1.144), bWAR(9.7), fWAR(10.1) 등에서 양 리그를 합쳐 1위에 올랐다. 53홈런, 114타점, 137득점, 124볼넷도 생애 3번째 MVP 자격에 손색 없다.

포스트시즌서도 7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500(26타수 13안타), 1홈런, 7타점, 5득점, OPS 1.273을 마크,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그러니 작년 월드시리즈 준우승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프시즌을 소홀히 보낼 수는 없을 터.

일단 시즌 중 다쳤던 팔꿈치 상태는 훨씬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지난 17일 시즌 결산 공식 인터뷰에서 "저지가 팔꿈치 MRI 검진을 받았는데, 상태가 더 좋아졌다. 시즌을 좋게 마무리한 상황에서 팔꿈치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분 감독은 이어 "애런은 내년 시즌 시작부터 우익수로 출전한다. 오프시즌 동안 좀 쉬면서 부상 부위를 강하게 만들 것이다. 시즌은 아주 좋은 모습으로 끝냈다. 계속해서 몸 상태는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내년 다시 날아오를 준비는 돼 있다는 얘기다.

저지의 라이벌은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와 비교하면 저지의 올시즌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오타니 역시 정규시즌서 커리어 하이급 성적을 거뒀다. 지난 6월 마운드에 복귀해 투타 겸업 완전체를 이뤘다. 타자로 타율 0.282, 55홈런, 102타점, 146득점, 109볼넷, 출루율 0.392, 장타율 0.622, OPS 1.014, 380루타를 마크했고, 투수로는 14경기에 등판해 47이닝을 던져 1승1패, 평균자책점 2.87, 62탈삼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50홈런-50탈삼진은 최초의 기록이다. 올해도 만장일치로 NL MVP에 등극할 것이 유력하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지난 18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4차전서 또 다시 역사에 남을 퍼포먼스를 펼치며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선발로 등판해 6이닝 2안타 10탈삼진 무실점, 타자로는 홈런 3방으로 3타점으로 올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경기에서 3홈런-10탈삼진을 올린 선수는 오타니가 최초다. 당연히 시리즈 MVP가 됐다.

오타니는 조용히 월드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다. 상대는 토론토 또는 시애틀 매리너스인데 누가 올라오더라도 오타니를 막지 않고는 다저스의 우승 행보를 저지하기 어렵다. MLB.com은 '오타니가 타석에서 또 다시 공을 쪼개듯 때리고 마운드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한다면 월드시리즈에 누가 올라오더라도 다저스를 누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작년 나란히 만장일치로 각 리그 MVP에 오른 두 선수의 1년 뒤 처지가 대조적이다. 둘은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과 진지함, 적응에 적극적인 연구 자세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하지만 부상 관리와 팀 전력에선 차이가 있다. 불가항력 요소일 수 있다. 올해는 오타니가 이겼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