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LG 트윈스가 꿈꿨던 모습이 아닐까.
삼성 라이온즈 최원태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떨치고 빅게임 피처로 떠올랐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약하다는 모습을 들었던 최원태가, 포스트시즌의 사나이가 된 것 같다. 완벽한 피칭이었다"고 극찬했다.
LG가 먼저 발견했던 잠재력이다. LG에서는 꽃피우지 못했지만 삼성에 와서 각성했다. LG의 안목은 결국 옳았다. 단지 사용법을 몰랐을 뿐이다.
최원태는 2023년 LG와 키움의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했다. LG는 우승을 위해 특급 외야 유망주 이주형을 내주고 즉시전력감인 선발투수 최원태를 영입했다.
최원태는 '우승청부사'였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LG는 2023년 통합우승에 성공했지만, 최원태는 지분이 없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나와 ⅓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2024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2⅔이닝 3실점(2자책) 고전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3이닝 5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실망한 LG는 2024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최원태를 잡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G로선 가을에 약한 최원태에게 거액을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방황하던 최원태는 4년 최대 70억원의 조건을 내민 삼성의 손을 잡았다.
경쟁이 없었기에 '오버페이' 지적이 있었다. 가을야구 비상을 노리는 삼성의 영입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많았다. 최원태는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17경기(선발 6회) 승리 없이 2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이 11.16으로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이제 쏙 들어갔다. 최원태는 올 가을 180도 달라지며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했다. 9일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투수(6이닝 무실점)로 데일리 MVP에 등극했다. 19일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투수(7이닝 1실점)에서 또 한번 데일리 MVP를 차지했다.
최원태는 '포수 강민호'의 존재가 호투 비결이라고 밝혔다. 최원태는 "생각하지 않고 민호 형 사인대로 던졌다. 민호 형이 잘 리드해 주셨다. 민호 형 덕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민호는 최원태가 원래 자기 주장이 강했다고 폭로했다.
강민호는 "정규시즌 땐 말을 안 듣더라. 공을 강하게 던지려고만 해서 많이 벗어났다. 스피드를 줄이고 네모 안에 던지자고 이야기했다. 그 부분이 두 경기 다 잘 이루어졌다"고 반등이유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했다.
최원태는 "제가 원래 고집이 조금 있다. 흥분을 하면 스스로 주체를 못했다"며 왜 강민호의 말을 안 들었는지를 고백했다. 최원태는 "이제 주체를 할 수 있게 됐다. 민호 형 말 잘 듣고 내년 캠프에서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