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은 사사키 로키가 아닐까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세이브 능력에 구단은 무척 고무돼 있고, 선수단 분위기도 한껏 뜨거워지고 있다. 다저스가 야구를 시작한 이래 주로 선발로 던지던 그를 불펜투수로 쓰게 된 건 팀내 마운드 사정 때문이다.
선발진이 차고 넘치니 데뷔 시즌 불안했던 사사키를 로테이션에 남겨둘 수는 없었다. 대신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서 구위를 되찾았으니 포스트시즌서는 롱릴리프 또는 마무리로 써보자는 안이 등장한 것이다. 시즌 막판 불펜 테스트도 통과했다.
사사키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7경기에 구원등판해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8이닝을 던져 3안타와 2볼넷을 허용하고 삼진 6개를 잡아내며 1점 밖에 주지 않았다. 지난 14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1차전서 ⅔이닝 동안 1안타 2볼넷 1실점한 게 유일한 실점 경기였다. 나머지 6경기에서는 구위와 커맨드 모두 완벽했다.
MLB.com은 20일 사사키의 활약상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1년 내내 불펜이 지독하게 흔들린 다저스에 9회가 불안의 시간(a time of apprehesion)이었던 건 불과 얼마 전이었다. 다저스의 시즌 마지막 7패 중 4경기는 끝내기, 나머지 3경기는 8회 이후 구원투수들이 리드를 빼앗긴 패배'라며 '사사키가 그런 불안감을 바꿨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무리로 등판해 8이닝 동안 단 1점을 내주며 3세이브를 기록했다. 9회를 앞두고 불펜의 문이 열릴 때 감돌던 불안감은 이제 없다'고 전했다.
MLB.com은 그러면서 사사키의 워크업 송(walkup song), 즉 등장 음악을 소개했다.
사사키가 홈경기서 몸을 풀거나 마운드에 오를 때 나오는 노래는 Dj 로드리게스와 Dj 호세 곤잘레스의 '바이라로 로키(Bailalo Rocky)'다. 철자는 다르지만 사사키의 이름과 같은 '로키'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이 노래를 워크업 송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사사키는 "미구엘 로하스의 아이디어였다. 팬들이 즐거워하니 나도 기분 좋다"고 했다. 지난 2월 이 노래가 발표됐을 당시 스프링트레이닝에 참가하고 있던 로하스가 사사키에게 들려주며 등장 노래로 쓰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사키는 실제 시즌 초반 로테이션을 소화할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웜업을 했다. 다저스 선수들도 이 노래를 매우 좋아하고 흥겨워하고 있다. 로하스는 포스트시즌 들어 사사키가 마무리로 호투를 이어가자 "정말 특별하다. 그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래 가사도 그 내용이 사사키의 빠른 직구와 변화 무쌍한 스플리터, 그리고 최고의 구종으로 타자를 상대하려는 사사키의 게임 태도에 어울리다고 했다.
사사키는 "솔직히 전에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잘 던지지 못했다. 좋은 기억이 없다. 그러나 지금 불펜투수로 그 결과가 좋은 걸 감안하면 마운드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고 했다.
또 하나, 로하스는 사사키가 다저스에 입단할 때 자신이 갖고 있던 배번 '11'도 양보한 사연이 있다. 당시 그는 사사키가 메이저리그에서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로하스는 "사사키는 스포트라이트와 함성을 받을 자격이 있다. 월드시리즈는 그가 다음 단계로 밟아야 할 무대"라고 했다.
사사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일단 마무리로 던지고 있다. 선발 보직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월드시리즈가 그가 마무리로 등판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