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온 우주의 기운이 로스엔젤레스로 몰려드는 분위기다. 마치 '야구의 신'이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은 듯 하다. 다저스는 가만히 있는데 상대편이 미리 기운을 쏙 빼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 4선승제)는 결국 미궁에 빠져 버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끈질긴 뒷심을 보이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전적을 3승3패로 맞춰버렸다. LA다저스의 4연승으로 끝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와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이는 결국 양대리그 챔피언끼리 격돌하는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이득을 얻는 쪽은 당연히 LA다저스다. 토론토와 시애틀 중에 누가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승리'를 받아들여야 할 판이다.
20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6차전의 승자는 토론토였다. 이로써 토론토는 3승3패로 시리즈를 최종 7차전으로 몰고 갔다.
토론토는 이날 홈구장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ALCS 6차전에서 6대2로 승리했다.
말 그대로 기사회생이다. 토론토는 원래 홈구장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모두 패하며 크게 불리한 상황에서 ALCS를 시작했다. 그러나 원정으로 치른 3~5차전의 첫 두 판을 따내며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맞섰다.
토론토는 18일 열린 5차전에서 2대6으로 패하면서 월드시리즈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6차전에서 똑같이 6대2로 승리하며 시애틀과 마지막 승부를 펼치게 됐다. 최종 7차전은 21일 오전 9시8분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다.
토론토 승리의 일등 공신은 선발 트레이 예세비지였다. 예세비지는 5⅔이닝 동안 6안타 3볼넷 7삼진 2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어 애디슨 바거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홈런 등을 앞세워 2회와 3회 각 2점, 그리고 5회에도 1점을 보태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이날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시애틀의 병살타였다.
토론토가 2회말 바거의 우전적시타와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의 내야안타로 2-0으로 앞서갔다. 시애틀은 곧바로 3회초 추격 기회를 만들었다. 1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는 올해 60홈런을 날린 홈런타자 칼 롤리가 나왔다. 그러나 롤리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1루수 앞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이는 예세비지의 빅리그 데뷔 첫 병살타 유도였다.
이어 시애틀은 4회초에도 역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크로포드가 2루수 앞 병살타를 치며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만루 찬스도 살리지 못했다. 1사후 조시 네일러의 중전안타, 랜디 아로자레나의 내야안타, 수아레즈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이어 등장한 크로포드가 2루수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분위기를 바꾸는데 실패했다. 이렇듯 초반 추격기회 때마다 시애틀 중심타선에서 나온 병살타는 막 달아오르려던 투지를 차갑게 식게 만드는 악재였다.
결국 시애틀은 토론토의 기세를 감당하지 못하며 6차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토론토와 시애틀이 이처럼 '벼랑 끝 대결'을 펼치게 되면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에도 큰 호재가 생겼다. 다저스는 선수들이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벌었다. 월드시리즈 1차전은 25일로 예정돼 있다. 토론토나 시애틀 중에서 누가 이기든 쉴 시간은 3일 밖에 없다. 반면 다저스는 이미 지난 18일에 NLCS 우승세리머니를 했다. 6일이나 쉬고 나온다. 상대보다 정확히 두 배의 휴식시간을 보장받았다. 재정비하고 전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