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이 정도면 조제 무리뉴 감독에 버금가는 '취업의 신'이다.
1년도 안돼 지난달 웨스트햄 사령탑직에서 하차한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스웨덴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 스웨덴축구협회는 20일(이하 한국시각) 포터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다만 매경기가 '단두대 매치'다. 스웨덴은 알렉산더 이삭(리버풀)과 빅토르 요케레스(아스널)를 보유하고 있다. 이삭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첨예한 갈등 끝에 리버풀로 이적했는데 이적료가 무려 1억2500만파운드(약 2380억원)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최고 몸값이다.
요케레스의 이적료도 '억'소리가 난다. 아스널은 기본 이적료 6350만유로(약 1050억원)에 옵션 1000만유로(약 165억원)를 지불했다. 둘다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계약이 성사됐다.
하지만 월드컵 진출 꿈이 희미히다.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웨덴은 4경기에서 1무3패(승점 1)에 그치며 B조 최하위에 포진해 있다. 스웨덴대표팀에서 이삭과 요케레스의 폼도 최악이다. 스웨덴은 월드컵 예선에서 단 2골에 그쳤다.
북중미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12개조의 1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조 2위 12개국이 조 3위 이하 나라 중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성적 상위 4개국과 함께 다시 네 팀씩 4개 그룹으로 나뉘어 토너먼트 방식의 플레이오프를 치러 남은 4장의 북중미행 티켓 주인을 가린다.
B조 1위는 스위스로 승점 10점(3승1무)이다. 코소보는 승점 7(2승1무1패)에 2위에 위치해 있다. 스웨덴은 다음달 스위스, 3위 슬로베니아(승점 3·3무1패)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스웨덴축구협회는 10월 A매치 2연전 직후 A대표팀을 이끌었던 욘 달 토마손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포터 감독은 단기 계약이다. 다음달 탈락이 확정되면 계약은 종료된다. 3월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계약은 연장된다. 기적적으로 본선에 진출하면 내년 여름 월드컵까지 계약이 이어진다. 포터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팬들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포터 감독은 잉글랜드 출신이지만 스웨덴의 외스테르순드 FK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무려 7년여간 외스테르순드를 이끈 그는 4부 리그의 팀을 1부로 승격시켰다. 2017년에는 스웨덴컵 정상에도 올랐다.
포터 감독은 스완지시티를 거쳐 브라이턴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2022년 9월 '빅클럽'인 첼시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한 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1월 웨스트햄 사령탑으로 복귀,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웨스트햄은 지난달 28일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포터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포터 감독은 토마손 감독이 경질되자 스웨덴 A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욕심을 냈다. 그는 스웨덴의 '포트볼스카날렌'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나는 지금 스웨덴에 있다. 스웨덴에 있는 내 집에 있다. 나는 차기 행선지를 구하지 못하고 프리미어리그를 막 떠났다"며 "내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할 것이다. 스웨덴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직업은 정말 환상적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는 스웨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나는 스웨덴을 사랑하고, 스웨덴 축구를 사랑한다. 스웨덴 축구에 대해 감사할 점이 많다. 그래서 분명 나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축구협회가 포터 감독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미래는 안갯속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