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시애틀 더그아웃과 원정 팬들이 일순간 침묵에 빠졌다. 반면, 토론토 더그아웃과 홈 관중들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홈팬과 원정팬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을 듯 하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극적인 장면이 나왔다.
토론토가 베테랑 간판타자 조지 스프링어의 호쾌한 역전 3점 홈런을 앞세워 경기 막판 역전에 성공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 반면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던 시애틀 매리너스의 희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토론토는 21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 최종 7차전에서 경기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7회말에 터진 스프링어의 역전 스리런 홈런 덕분이다.
당초 이 경기는 시애틀이 승기를 잡고 끌어가고 있었다. 시애틀은 1-1로 맞선 3회초 선두타자 훌리오 로드리게스의 솔로홈런으로 2-1 리드를 잡았다. 로드리게스는 토론토 선발 셰인 비버의 7구째 바깥쪽 슬라이더(84.8마일)를 잡아당겨 우중월 담장을 넘는 비거리 423피트(약 128.9m)의 대형 홈런을 날렸다. 로드리게스의 포스트시즌 4호 홈런이었다.
이어 2025년 MLB 통합 홈런왕인 칼 롤리가 솔로 홈런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는 듯 했다. 롤리는 2-1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로 좌타석에 들어섰다. 이어 토론토 우완투수 루이스 발랜드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 체인지업(93.8마일)을 그대로 잡아당겼다. 롤리는 이로써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5번째 홈런을 날렸다.
시애틀 간판스타이자 홈런왕인 롤리의 홈런으로 경기는 완전히 시애틀쪽으로 넘어간 듯 했다.
하지만 역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스포츠였다. 끌려가던 토론토가 일격필살의 한방으로 전세를 뒤집어버렸다.
토론토는 1-3으로 뒤지던 7회말 선두타자 바거가 시애틀 두 번째 투수 브라이언 우와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며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카이너-팔레파도 중전안타를 날려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시애틀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으나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 나온 히메네즈는 안전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1사 2, 3루로 찬스가 커졌다. 타석에는 포스트시즌에서만 22개의 홈런을 날린 토론토 간판타자 스프링어가 나왔다.
시애틀은 그제야 투수를 에두아르두 바자르도로 교체했다. 하지만 스프링어는 자비가 없었다. 바뀐 투수 바자르도의 2구째 시속 96마일(약 154.5㎞)짜리 싱커가 한복판으로 들어오자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역전 스리런 홈런이자 스프링어의 포스트시즌 23호 홈런이었다. 이로써 스프링어는 매니 라미레즈, 호세 알투베(휴스턴)에 이어 역대 포스트시즌 홈런 순위 3위로 뛰어올랐다.
분위기는 이 홈런 한방으로 토론토 쪽으로 기울었다. 시애틀은 8회초 반격에 실패했다. 토론토가 8회말 현재 4-3으로 앞서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