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가을에 약한 남자였던 LG 트윈스 임찬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남자로 탈바꿈했었다.
2023년 한국시리즈까지 임찬규는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4.97로 그리 좋지 못했다. 1승은 2020년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얻은 구원승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과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LG가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4승 중 3승을 자신이 이끌면서 확실한 가을 사나이로 우뚝 선 것. 그냥 승리투수가 된 게 아니다. 총 16⅔이닝 동안 단 3실점(2자책)만 기록해 평균자책점이 무려 1.08로 철벽을 과시했다.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포스트시즌과 같은 피칭을 한국시리즈에서도 해준다면 충분히 승리를 이끌어줄 수 있을 듯.
올시즌 내내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라는 꾸준함을 보였던 임찬규는 시즌 막판엔 아쉬움이 있었다. 8월23일 KIA전서 시즌 11승째를 따낸 이후 4번의 등판에서 모두 패전 투수가 됐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9월 29일 대전 한화전서 우승을 확정지을 기회로 봤지만 임찬규가 5이닝 8안타 5실점(4자책)을 하며 팀이 패했다.
당시 2주나 쉬고서 나왔음에도 컨디션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시즌이 끝난 뒤 임찬규는 목에 담증세가 있었다고 솔직한 자신의 몸상태를 말했다. "담증세가 계속 미세하게 남아 있었다. 이게 시즌 끝날 때까지 완벽하게 낫지 않았다"는 임찬규는 그럼에도 "그걸 핑계삼고 싶지는 않다. 그게 피칭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았다"라고 했다.
3차전일지 4차전일지는 몰라도 일단 한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임찬규는 "선발들에게도 말을 했는데 한경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단기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긴이닝을 보고 올라가지 말고 한타자 한타자 잘 잡는다는 마인드로 올라가서 길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2023년 KT와의 3차전에 나서 데뷔 첫 한국시리즈에 등판 했으나 3⅔이닝 동안 6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일찍 내려갔던 아쉬움이 있다. 임찬규는 "투수라면 그렇게 내려가면 많이 아쉬었을 것 같다. 나도 아쉬웠다"면서 "그래도 최소 실점으로 바통을 넘겼고 3차전(8-7 승)이 워낙 우리 팀의 역사적인 날이었기 때문에 내가 부족하긴 했지만 상대도 에이스(벤자민)였기 때문에 그래도 팀이 이길 수 있게 스타트를 잘 끊었던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 그러면서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잘 준비를 해서 그때보다 더 잘던지는게 중요할 것 같다"라며 "가을은 경험이 중요하다. 많은 실패를 정말 했었고, 작년에 성공도 했다. 여러가지로 생각 정리가 잘 됐다. 준비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준비는 정리가 돼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임찬규에게 포스트시즌 승리는 이제 한국시리즈만 남았다. 엘린이로서 감격적인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될 수 있을까. 이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