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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뽑고 와" 폰와류김, 모두 무너뜨린 '가을사나이' 곁에는 씩씩한 아내가 있다 "야구 그만두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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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너무나도 아쉬운 패배에 묻혔지만 삼성 라이온즈 '가을 사나이' 김태훈은 또 한번 존재감을 뽐냈다.

김태훈은 2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좌완 선발 류현진이었지만 삼성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타격 컨디션과 흐름이 좋기 때문에 좌투수가 나오지만 그대로 유지하는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1,2차전과 동일하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은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펄펄 날았다. 1차전에서 폰세에게 홈런, 김서현에게 안타를 뽑으며 4타수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2차전에서는 와이스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날리며 데뷔 첫 3안타 경기를 치렀다.

1,2차전 9타수5안타. 라인업에서 뺄 수가 없는 활약이다.

폰세 와이스 김서현 모두 공략에 성공한 김태훈. 이번에는 류현진 공략에 나섰다.

0-2로 뒤지던 4회말. 김영웅의 스리런 홈런으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2사 후 김태훈이 두번째 타석에 섰다. 2B2S에서 118㎞ 살짝 높은 커브를 거침 없이 들어올렸다. 4-2로 달아나는 솔로홈런. 카운터 펀치에 류현진은 4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태훈은 폰세 김서현 와이스에 이어 류현진까지 무너뜨리며 여전히 살아있는 '가을사나이'임을 입증했다.

특급 투수들을 상대로 거침 없는 스윙.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할까.

우연한 재발견은 아니다. 만개 시기가 미뤄졌을 뿐이다. 원래 타격에 재능이 있었다. 2군 타격왕 출신에 2군에서 58홈런을 날린 힘과 정교함을 두루 갖춘 선수.

띄엄띄엄 기회 속 조바심이 발목을 잡았다.

"기회가 적을 때 결과가 안 나오면 잘하려고 하니까 더 안 되고, 안 됐을 때 실망감도 더 크고, 그냥 삼진일 뿐인데 너무 여러 개의 문제점을 찾으니까 더 빠져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하지만 이제는 좀 심플해졌어요."

간결하고 자신감 넘치는 스윙에서 마인드의 변화가 읽힌다. 너무 잘 하려고 할 수록 반대로 가는 결과. 야구도 삶도 마찬가지다. 흔들릴 때마다 단단히 잡아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다.

"올시즌 많이 힘들었어요. 시즌 중에는 이석증도 오면서 스트레스가 컸어요.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까지 했는데 부모님, 와이프, KT 상철 형, 민섭이 형, 우리 팀 헌곤이 형까지 주위에 진짜 많은 도움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요."

KT 형들은 착하기만 한 김태훈을 강하게 다그쳤다. 김헌곤은 야구와 인생의 멘토 처럼 속 깊은 조언을 건넸다. 라커룸 옆자리 형 전병우도 틈 나는 대로 조언을 건넸다.

"상철이 형 민섭이 형은 좋은 말은 안해주고, 강하게 얘기했어요. 헌곤이 형은 야구에 대하는 자세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병우 형은 자기 노하우를 전해주셨어요."

부모님과 아내의 존재는 김태훈을 버티게 해준 큰 버팀목이다.

"KT 시절에 부모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지금은 와이프가 곁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지난해 12월 결혼한 1년도 안된 신혼부부. 신부 한영신씨는 현명하고 씩씩하게 남편의 기를 살리고 감싸는 에너지 원이다.

"시합 중이니까 끝날 때까지 계속 집중해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좋아하는 티도 내지 말고 똑같이 하라고… 시리즈 중이라 일부러 특별한 말 안 하는데 1차전 취소된 다음 날 '폰세 턱수염 뽑고 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저도 응원하지만 팀이 이기는 걸 정말 좋아해요. 안타 못쳐도 더그아웃에서 파이팅 열심히 하고, 뛰다 빠져도 빨리 옷 갈아입고 나가서 파이팅 하라고 얘기해줘요."

찐 김태훈 팬이자, 찐 삼성 팬인 아내. 넘치는 에너지와 사랑을 받고 오늘도 김태훈은 그라운드에 선다. 망설임 없는 거침 없는 풀스윙의 비결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