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가장의 무게? 아내가 더 크죠" 여전히 막내가 익숙한 남자, 26세 정철원의 '야구 없는 가을' [인터뷰]

by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쉽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가을야구 당연히 갈줄 알았다."

되찾은 전성기 구위였지만 필승조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롯데 자이언츠 정철원(26)에게 2025년은 반등 포인트였다. 하지만 가을야구 문턱에서 탈락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10번 중 3번만 잘쳐도 3할 타자다. 1위팀 LG 트윈스의 승률이 6할을 간신히 넘고(0.603) 꼴찌팀 키움 히어로즈의 승률도 3할3푼6리에 달한다.

하지만 8월 7일 이후의 롯데는 악몽 그 자체였다, 38경기에서 8승27패3무로 무너지면서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공교롭게도 정규시즌 종료 직후 추석 연휴가 있었다. 정철원은 "아기가 아직 어려서 돌아다니긴 어렵고, 집에서 푹 쉬었다. 그래서 더 미련이 많이 남는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2022년 혜성처럼 등장, 두산 베어스 필승조를 꿰차며 신인상을 차지할 때만 해도 탄탄대로가 열린 것 같았다.

하지만 마무리로 낙점됐던 2023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거듭된 부진으로 아예 외면당했다. 1군 등판이 36경기에 그쳤다.

롯데로의 이적은 터닝포인트였다. 신인상 시즌의 '은사' 김태형 감독을 다시 만난 것도 호재였다.

올해 롯데 불펜에서 가장 어깨가 무거웠던 투수 중 한명이다. 75경기 70이닝을 소화하며 8승3패 21홀드,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사령탑이 그에게 부여한 임무는 '(마무리)김원중이 등판할 타이밍(8회 2사 이후)까지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올시즌 2연투 2위(22경기) 3연투 4위(3경기) 멀티이닝 7위(16경기) 등 기록만 봐도 정철원의 체력 부담과 마음 고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산은 매년 포스트시즌 한 자리를 예약하던 팀. 김태형 감독의 지도 하에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우승 3회)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이승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3년 중에도 2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가을야구는 당연하고, 그 다음을 준비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때문에 시즌전 정철원의 목표는 "두산보다 위에 서고 싶다"는 것.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공교롭게도 올해 두산이 주저앉으면서 정철원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롯데는 7위, 두산은 9위를 기록했다.

두산보다 잘했지만 가을야구를 못 간 이상 의미가 없었다.

정철원은 "(정)수빈이 형이나 (양)의지 선배 보면서 컸다. 가을 느낌 정도는 안다. 올해도 (전)준우 선배, (김)민성 선배 정말 멋있지 않았나"라며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자꾸 놓치면서 연패가 길어졌다. 어느 한 경기를 꼽기 어려울 만큼 아쉬움으로 남은 경기가 너무 많다"며 쓰디쓴 8~9월의 기억을 떠올렸다.

"솔직히 올시즌은 전체적으로 즐거웠다. 결과가 아쉬울 뿐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두 팀이 모두 하위권이란 게 속상하다. 내년엔 롯데와 두산 모두 가을무대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롯데팬 두산팬 모인 야구장에서 멋지게 삼자 범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두산 시절과 달리 열정적인 어퍼컷 세리머니로도 화제가 됐다. 정철원은 "난 원래 이런 성격이다. 두산에선 어려서 못했을 뿐"이라며 웃은 뒤 "분위기를 띄워서 승리할 확률이 0.1%라도 올라간다면, 응원단상 올라가서 춤이라도 추겠다. 가을야구만 갈 수 있다면 못할 게 없다. 그만큼 간절하다"고 했다.

막내에 가까웠던 그가 롯데에선 중견이다. 올해 1군 주축 투수들 중 정철원보다 형은 김상수 김원중 김강현 박세웅 나균안 정도다.

빠른 1999년생인 윤성빈과는 아직 형동생 관계다. 정철원은 "맨날 형들 따라다니면서 보고 배우던게 엊그제 같은데…"라며 멋쩍어하는 한편 "(윤성빈은)아직은 깍듯하게 모신다. 서른살 넘으면 편해질 것"이라며 웃었다.

정철원은 3남매 중 맏아들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부모님을 향한 고마움이 한층 더 사무친다고.

"26살은 아직 엄마가 보고 싶은 나이다. 부모님이 용인에 계신데, 부산이 멀긴 멀다. 아내도 아이도 좋지만 부모님과 거리도 멀고, 연락도 점점 뜸해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

'가장의 책임감이 너무 무거운 것 아니냐'라고 묻자 "아내 어깨가 더 무겁다. 나보다 더 수입이 더 많다. 나 말고 아내가 가장"이라는 말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았다.

이제 14개월된 아들에겐 "아직까지 아픈 데가 없다. 내가 어릴 때처럼 밥도 잘 먹어서 좋다"고 했다. "건강하게만 잘 커주면 좋겠다. 아내는 비타민을 잘 챙겨먹길 바란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롯데는 오는 11월 2일 일본으로 대규모 마무리캠프를 떠난다. 예년과 달리 주축 선수들도 대거 포함됐다. 주요 캠프지인 일본 미야자키 외에도 여러 곳에서 체계적인 훈련이 준비돼있다.

정철원 역시 포함됐다. 정철원은 "이렇게 힘든 겨울은 처음일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