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하이원리조트-동부지방산림청이 후원한 '제17회 하이원 하늘길 트레킹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지난 18일 강원도 정선군 소재 하이원리조트와 운탄고도길에서 진행된 트레킹 페스티벌에는 전국 각지의 트레커 2400여명이 참석했다. 건강한 가족 여가문화 제안을 위해 2007년 시작한 하이원 하늘길 페스티벌은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과 트레킹 이벤트를 확산시키는 등 국내 대표 트레킹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 가을 정선의 단풍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 참여 비율이 높았다. 늘어난 여가시간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 즐길거리 콘텐츠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가을 장마에 제 몸을 맡기며 꽃단장을 마친 단풍은 더욱 아름다웠고, 서로에 의지하며 함께 걸었던 길은 사람 향기가 가득했다. '마법 같은 3시간', 하늘의 변심은 내년 참가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신의 한 수 '탄력 운영'…출발 전 어깨가 들썩
"날씨가 다했다." 유독 올해 트레킹 참가자들의 입에선 날씨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 하이원 하늘숲길 트레킹 페스티벌이 열린 강원도 정선에는 가을 장마의 영향으로 트레킹 출발 전인 17일부터 출발 당일인 18일 오전까지 비가 내렸다.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트레킹 출발점인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 앞 잔디광장에는 8시 30분부터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됐고, 참가자들의 웃음소리가 넘쳤다. 식전행사로 진행된 퀴즈 이벤트와 가수 코다 브릿지의 공연, 올해 처음 놀이 형태의 활동으로 어린이에게 건강한 취미로서 달리기의 매력을 전달하는 키즈런 등으로 즐거워진 분위기 속 어깨춤을 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딩초 트레킹 출발시간 (오전 9시 30분)보다 30분 가량 늦춰진 게 신의 한 수였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부슬비는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고, 트레킹 출발과 동시에 마법처럼 비가 멈췄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로 인해 낮아진 주변 온도는 트레킹하기에 딱 좋게 변했고, 부슬비에 목욕을 마친 단풍은 더 반짝였다. 마법 같은 3시간의 시작이다.
트레킹 행사에 앞서 17일 진행된 '머렐 트레일런'의 경우 가을 장마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화창한 날씨에 진행됐다. 올해 트레킹 페스티벌에서 날씨가 다했다는 말이 유독 많았던 이유다.
오전 10시, 하늘길코스를 시작으로 가족코스 순으로 트레킹이 시작됐다. 비 개인 가을 풍경은 운치를 더했고, 참가자들은 만추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11시 30분 전후로 하이원 하늘숲길 트레킹 페스티벌 코스에 있는 도롱이 연못은 트레커의 쉼터로 변했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전체적인 가을 풍경을 즐기는 이들이 있는 반면, 울긋불듯한 특정 단풍을 유심히 관찰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는 미리 준비한 간식을 즐기며 함께 참가한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떨어진 낙엽을 피해 걷는 이들도 있지만 양탄자처럼 깔린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즐기는 이도 많았다.
가을을 즐기는 방법은 달랐지만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모든 것과 함께 소통하고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정한 여행을 즐기는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도롱이 연못의 휴식 이후 다시 시작된 트레킹. 조금 전까지 참가자들의 얼굴을 가득 채웠던 웃음기는 진지함으로 변해있다. 저마다 트레킹 코스를 걸으며 가을 산행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며 트레킹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트레킹이 시작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멈춘 비는 가을 산행의 운치를 더했다. 화사한 오색 단풍과 바스락 낙엽이 구르는 호젓한 하늘마중길, 도롱이 연못, 운탄길, 백두대간을 굽어보는 곤돌라 여행 등 곳곳에서 만나는 만추의 정취 속에 가을날의 추억을 즐겼다.
트레킹이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날 즈음부터 트레킹 코스의 결승점인 하이원 팰리스 호텔에 트레커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힘이 들었을 만도 한데 완주를 한 뿌듯함에 저마다 얼굴에 활기가 넘친다. 신이 난 일부 아이들은 마지막 도착 구간에서 뛰기도 했다. 트레커들은 완주 이후 제공되는 과일과 간단한 간식거리를 즐겼고, 설문 조사 대상자 및 어린이를 위한 경품 이벤트에 참여하며 저마다 행사 종료의 아쉬움을 달랬다.
트레킹에 참여한 트레커 대부분이 도착했을 무렵, 부슬비가 다시 시작됐다. 힘든 트레킹을 즐긴 이후 무더위를 식히는 고마운 비다. 더욱이 바람이 거의 없어 하이원 팰리스 호텔에서 하이원 마운틴광장으로 이어지는 운탄고도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안개가 있긴 했지만 운탄고도 케이블카를 이용한 이들은 발아래로 펼쳐진 백두대간의 가을 길, 자신이 걸었던 길을 보며 40여 분의 시간 동안 트레킹 페스티벌의 여운을 즐겼다.
▶ '치유와 힐링'의 기쁨, 함께 나누는 즐거움도 '가득'
17회 하이원 하늘숲길 트레킹 페스티벌은 국내 최대의 가족 단위 가을 트레킹 행사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체 참가 인원 중 70% 가량이 가족 단위였고, 단체가 뒤를 이었다. 가족 단위의 경우 주로 2대와 3대로 구성된 경향을 보였다. 단체의 경우 회사 동료, 산악회원, 지역 단체 동참 등의 순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기본,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모였다. 무엇보다 하이원 하늘숲길 트레킹 페스티벌에는 일회성이 아닌 서너 차례 이상 참가한 이들이 많았다. 재방문 욕구가 많은 트레킹 페스티벌이라는 얘기다. 트레킹에 참가한 이들은 저마다 함꼐 온 이들을 챙겼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등 나눔의 즐거움을 체험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거주하는 홍기숙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내년에도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이원 하늘숲길 트레킹 페스티벌에는 스포츠조선과 하이원리조트의 후원을 통해 연세암병원과 소아암NGO한빛이 참여, 의미를 더했다. 연세암병원과 소아암NGO한빛은 소아암소아청소년 암치료 생존자 자립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소아청소년암 완치자 자조모임 기린아와 함께 1박2일의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암 완치자와 형제자매, 그리고 치료 중인 중학생 이상의 환자와 형제자매가 서로 공감대를 나누고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의미 있는 자리다. 치료 중이라는 힘든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연과 함께 마음의 힐링을 얻었고, 완치자와 함께 걸으며 나눈 대화는 마음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는 게 연세암병원측의 설명이다. 참가자들은 의료진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안전한 상황 속에서 트레킹을 즐겼고, 조별게임과 여러 활동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도 가졌다. 참여자들은 "멘토, 멘티라는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었고 즐거운 시간을 통해 남은 치료 기간 더 힘낼 수 있는 깊은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며 "서로 의지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던 경험이 앞으로의 일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정선(하늘길)=김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