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두 번째 사령탑을 만나게 됐다.
샌프란시스코가 대학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했다. 그러나 프로 지도 경력이 전무한 인사를 빅리그 사령탑에 올린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23일(이하 한국시각) "당 구단은 토니 바이텔로(Tony Vitello) 테네시대 감독을 제40대 필드 매니저(감독)에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보도자료에서 "토니가 자이언츠의 가족으로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토니는 대학 야구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혁신적이며 존경받는 감독"이라며 "우리가 감독 후보들을 만나 인터뷰한 결과 토니의 리더십과 경쟁의식, 선수 육성에 대한 전문성 등이 탁월했다. 강하고 응집력 있는 팀을 구축하는 그의 능력과 경기에 대한 열정은 우리 구단의 가치와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47세인 바이텔로 감독은 2018년 테네시대 지휘봉을 잡고 만년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을 3차례 칼리지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키고, 작년 우승으로 이끄는 등 미국 대학 야구 감독 중 가장 뛰어난 지도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 받는다.
ESPN은 '바이텔로 감독이 테네시대를 떠나게 돼 바이아웃 300만달러를 샌프란시스코가 기꺼이 지불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대학 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지도자로 활약했다'고 전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지난해 칼리지 월드시리즈 우승 후 2029년까지 계약을 5년 연장해 연평균 3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웬만한 메이저리그 감독 연봉보다 많은 바이아웃을 샌프란시스코가 부담하면서까지 '모셔왔다'는 얘기다.
포지 사장의 설명대로라면 선수 육성 부문서 탁월한 능력을 갖춘 리더인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텔로 감독은 테네시대 사령탑 부임 전 2003~2017년까지 미주리대, 텍사스 크리스티안대, 아칸소대 코치로 활약하면서 숱한 빅리그 스타들을 지도했다. 대표적으로 시카고 화이트삭스 외야수 앤드류 베닌텐디, 토론토 블루제이스 맥스 슈어저, 보스턴 레드삭스 개럿 크로셰, 카일 깁슨(FA) 등이 대학 시절 바이텔로 감독의 지도를 받고 성장했다.
통산 3차례 사이영상에 221승, 3489탈삼진을 올린 슈어저는 미주리대 시절인 2006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지명을 받았고, 보스턴의 좌완 에이스로 올시즌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는 크로셰는 테네시대 시절인 2020년 드래프트 1라운드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다시 말해 바이텔로 감독이 해당 대학의 코치로 일하면서 두 선수의 성장을 도왔다는 얘기가 된다.
샌프란시스코 유망주들 중 테네시대 출신들이 많다는 것도 주목된다. 2025년 1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뽑은 내야수 개빈 킬렌은 테네시대에서 스타 플레이어 대접을 받았고, 2023년 드래프트 3라운드서 지명된 유격수 마우이 아후나도 이 대학 출신이다.
또한 지난 여름 타일러 로저스를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할 때 받은 외야수 드류 길버트와 우완투수 블레이드 티드웰도 테네시대에서 성장했다. 모두 바이텔로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바이텔로 신임 감독은 전임 밥 멜빈 감독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멜빈 전 감독은 20시즌 동안 빅리그 구단 지휘봉을 잡았다. 2003년부터 시애틀 매리너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감독을 역임했다.
대학 감독서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옮겨 성공한 케이스는 밀워키 브루어스 팻 머피 감독이다. 그러나 경우가 다르다. 그는 25년 동안 대학 지도자로 있다가 이후 14년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너리그 감독과 밀워키 벤치 코치, 감독으로 일한 뒤 2024년 밀워키 지휘봉을 잡았다.
그에 비하면 바이텔로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다. MLB.com은 '바이텔로 감독은 프로 지도자 경험 없이 대학 감독서 빅리그 감독으로 수직 상승한 최초의 사례'라고 전했다.
이정후가 바이텔로 감독 체제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입지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슬럼프 장기화, 적응 문제가 또 다시 빚어질 경우 이정후가 아닌 유망주 외야수에게 적극적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엿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