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정지석, 올시즌 제대로 보여주려나.
대한항공이 2025~2026 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헤난 달 조토 감독은 한국 데뷔승을 따냈다.
대한항공은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시즌 개막전에서 한국전력을 맞이해 세트스코어 3대1(25-18, 18-25, 25-13, 25-23)으로 승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통합 4연패 대업에 큰 공헌을 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이별을 선택했다. 브라질 출신 명장 조토 감독을 선임했다. 조토 감독은 비시즌 엄청난 훈련량을 선수들에게 주문하며, 대한항공을 다른 팀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주장이 된 정지석에게 공을 들였다. 정지석은 리그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로 인정받았다. 정규리그 MVP를 두 번이나 수상했다. 하지만 지난 2년은 부상으로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비시즌에도 왼쪽 정강이 피로골절로 인해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조토 감독은 "공을 많이 들였다. 큰 부상이 다시 나오면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지석은 이번 시즌 전성기 시절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 경기 감각이 문제다. 경기를 많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토 감독의 바람을 정지석이 전해들었을까. 경기 시작부터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였다.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러셀보다 공격 점유율이 높았다. 23득점으로 팀 최다 득점,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이었다. 성공률도 기가 막혔다. 68.97%를 기록했다. 강력한 서브로 서브에이스 1개 포함, 한국전력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고 블로킹 2개도 곁들였다.
세터 한선수도 영리하게 경기를 풀었다. 1세트에는 정지석, 러셀이 아닌 김민재와 최준혁 두 미들블로커에게 계속해서 토스를 배달하며 손쉽게 속공 점수를 만들어냈다. 남은 경기에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고른 볼 배달로 한국전력 블로커들을 벗겨냈다.
경기 내내 잠잠하던 정한용은 4세트 마지막 승부처에서 귀중한 연속 득점으로 팀 승리에 공헌했다.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특급 외국인 선수 쉐론 베논을 영입해 다크호스로 꼽혔다. 적장 조토 감독도 "세계적인 아포짓 스파이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우리카드와의 개막전에서 9득점에 그쳤다. 베논보다 어린 세터 김주영이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권영민 감독은 22일 상근예비역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하승우를 이날 곧바로 선발 출전시켰다. 비시즌 함께 훈련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듯. 하승우의 경기 감각과, 선수간 호흡이 아직 100%가 아닌 듯한 장면들이 속출했다. 특히 3세트 초반 갑자기 조직력이 무너지며 너무 허무하게 세트를 내준 게 뼈아팠다. 4세트 잘 싸우다 19-20 상황 토스 범실로 팽팽한 흐름이 깨진 장면도 있었다. 한국전력은 개막 2연패를 당하며 힘이 빠지게 됐다. 그래도 경기를 하면 할수록 베논과 하승우의 호흡이 맞아들어가는 모습은 위안거리가 됐다.
인천=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