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5차전에 승리할 수 있다면 김서현이 마무리투수로 나올 겁니다."
지난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는 4-0 리드를 잡았지만, 김영웅에게 스리런 홈런 두 방을 맞는 등 4대7로 패배했다.
4-0으로 앞선 6회말 나온 4실점이 뼈아팠다. 한화는 삼성 타선이 좌타자로 이어지자 황준서를 투입했다. 황준서는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3루타를 맞았고, 이어 김성윤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구자욱의 1타점 적시타. 주자 1,2루 위기에 한화는 김서현을 올렸다.
올해로 3년 차인 김서현은 올 시즌 한화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33세이브를 기록했다.
다만, 1차전 3점 차 세이브 상황에 3안타(1홈런) 2실점을 하는 등 흔들렸고, 결국 아웃 카운트 한 개만 잡고 교체됐다. 뒤이어 올라온 김범수가 실점없이 경기를 끝내면서 승리와 함께 '대참사'는 면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김서현의 자신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고, 팀이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김서현의 마무리 기용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승부처가 됐던 순간. 김서현은 또 한 번 고개를 떨궜다. 디아즈를 2루수 땅볼로 잡아냈지만, 김영웅에게 2S에 던진 직구가 동점 홈런이 됐다. 김영웅이 기다리고 있던 공이 들어오면서 비거리 130m의 대형 홈런이 됐다. 이후 김헌곤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이재현과 강민호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쉽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닝을 마치지 못한 채 한승혁과 교체됐다.
삼성의 분위기는 살아났고, 7회말 다시 한 번 김영웅이 3점 홈런을 치면서 삼성이 경기를 잡았다.
경기를 마치고 김서현 기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초단기전인 가을야구. 두 차례나 흔들렸던 만큼, 비판 여론도 있었다. 한 두 경기가 아닌 시즌 막바지부터 흔들렸던 김서현인 만큼, 마무리투수 기용에 대한 위험 부담이 컸다.
김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 감독은 "김서현은 5차전 마무리투수라고 공언했다.
다시 한 번 논란이 커졌다. 김경문 감독은 1000승을 넘게하는 동안 '믿음의 야구'를 앞세워왔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타격 부진에 빠져있던 이승엽을 꾸준하게 기용해 준결승전 결승 투런포를 이끌어냈다. 올시즌에는 초반 부진했던 노시환을 끝까지 4번타자로 기용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일궈내기도 했다.
일단 사령탑은 김서현에게 믿음을 실어줬다.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비록 홈런이 나오긴 했지만, 김서현은 이전보다 확실하게 살아난 구위의 공을 던졌다. 김영웅에게 홈런을 맞은 공 역시 코스가 아쉬웠을 뿐 충분히 삼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공이었다. 결국에는 김서현이 멘털을 잡아야 한다. '21세 투수'에게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팀도 자신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