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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월드] '짤 생성기' 된 국감…정치인만 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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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되는 국회의 의정 활동은 예전부터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초선 시절 열린 13대 국회 5공 비리 조사특위 일해재단 청문회장에서 증인석에 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매섭게 비판하는 모습으로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국회가 행정부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져볼 수 있는 국정감사에서 돋보여 '국감 스타'가 되고자 하는 의원들은 라돈 측정기, 벵갈 고양이, 딥페이크로 만든 가짜 동영상 등 사회 이슈와 관련된 특이한 '소품'을 동원하며 시선을 끌기도 한다.
청문회나 국정감사와 같은 주요 국회 이벤트가 공중파를 타고 TV로 소비되던 것에서 요즘은 유튜브 세상의 주요 콘텐츠가 됐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 관련 영상은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도 쇼츠에서 단연 화제성이 짙었다.
지난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일부 재판 결과 등이 '친일 사법'이라며 옛 일본 위정자의 외형에 조희대 대법원장 얼굴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을 들어 보였다.

찬반 논란을 논외로 하고 시각적으로 시선을 끈 이 모습은 쇼츠로 제작돼 언론사, 시사평론가, 일반 크리에이터 등의 채널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여파로 구글이 유튜브 속 화제성을 분석해 표시하는 '구글 트렌드 관심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름은 그가 국감에 나온 지난 13일 최고점인 100을 찍었다.
3개월 전에만 해도 관심도가 0에 가까웠던 그의 이름은 조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사건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한 지난달 17일 50을 살짝 돌파했다가 다시 낮아졌는데 합성 사진의 영향에 100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지난 23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서울시에 대한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증인으로 출석해 내놓은 발언들도 쇼츠 등 유튜브 콘텐츠로 다수 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감이 정치인들의 쇼츠 제작을 위한 '짤 생성기'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정쟁, 희화화, 후원 계좌 노출 등이 생산적인 행정부 감시 활동이 본래의 목표인 국정감사의 정신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미에서다.
cs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