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폰세 와이스 둘로 끝낸다."
사령탑의 공언 그대로였다. 한화 이글스가 자랑하는 외인 원투펀치가 5차전 승리를 합작했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완성한 뒤 격하게 포옹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한화는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11대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3승2패를 기록한 한화는 26일부터 정규리그 우승팀 LG와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삼성이 8명의 투수를 총동원한 반면, 한화 투수는 단 2명. 폰세 5이닝 선발승-와이스 4이닝 세이브였다.
선발 코디 폰세가 5이닝 5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비자책) 하고 내려갔다. 투구수 82구라 더 던질 수 있었지만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어깨를 아꼈다. 라이언 와이스가 나머지 4이닝을 4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했다. 1실점도 실책성 바가지 안타로 내준 사실상 비자책이었다.
역대 4번째 15승 외인 듀오의 첫 동반출격. 위엄이 대단했다.
11경기째 가을야구를 치르느라 힘이 빠진 삼성 야수들이 넘기에는 쉽지 않은 거대한 쌍봉우리였다. '33승 외인듀오의 동반 출격은 선 넘은 것 아니냐'는 삼성 쪽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두 투수가 삼성의 가공할 타선을 틀어막는 사이 한화 타선도 힘을 냈다. 문현빈의 쐐기 투런포 등 장단 13안타를 집중시켜 11점을 뽑으며 그라운드에서 불꽃놀이를 펼쳤다.
리그 최강의 구위를 자랑하는 두 투수.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 모습은 달랐다. 극과극이었다.
폰세가 불처럼 뜨거웠던 반면, 와이스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폰세가 열정의 에너자이저로 덕아웃과 관중석의 파이팅을 유도하는 응원단장이었다면, 와이스는 엘도라도와 함께 '약속의 8회'를 꿈꾸는 삼성의 마지막 희망을 압살한 침묵의 암살자였다.
폰세는 위기를 넘고 이닝을 마칠 때마다 격하게 환호했다. 덕아웃을 향해 양손을 치켜들며 연신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차분하게 잘 리드해준 포수 최재훈을 아이처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도 수차례 보였다. 덩치는 1m98 폰세가 1m78 최재훈보다 압도적으로 크지만 나이는 5살이나 어린 동생이다. 폰세는 5회 마지막 타자 디아즈를 삼진 처리한 뒤 1루 한화쪽 응원석을 향한 격렬한 제스처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6회부터 폰세를 구원한 와이스는 정 반대였다.
삼진을 잡고 이닝을 마친 뒤 터지는 관중석과 벤치의 환호에도 그저 조용히 다음 투구에만 몰두했다.
자신의 피칭 내면에만 극도로 집중하는 모습. 리드를 지켜 팀을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올려놓겠다는 강한 의지가 결연한 표정에서 고스란히 읽혔다. 56구 만에 마지막 타자 김헌곤을 3루 땅볼 처리하고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와이스는 그제서야 온몸이 떨리는 함성과 함께 격하게 포효했다. 집중을 위해 꾹꾹 눌러놓았던 한국시리즈행에 대한 응축된 열망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3차전 대전 시리즈 이후로 등판이 밀리게 됐지만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을야구 분위기를 익힌 두 특급듀오가 있어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는 예측불허의 명승부가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