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위기는 또 다른 위기를 낳고 쨍하고 해 뜰 날은 돌아올 기미가 없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야만 했던 그 시절. 팍팍하다 못해 잔인해야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1997년 청춘이 된 배우 이준호가 그 시절 풍파를 고스란히 이겨내며 보법이 다른 성장세로 안방 시청자에 짜릿한 쾌감을 전하고 있다.
이준호는 지난 11일 첫 방송된 이후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장현 극본, 이나정·김동휘 연출)에서 몸도 마음도 지갑도 얼어붙은 1997년 IMF 시절, 직원도 없고 돈도 없고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 태풍상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으로 변신해 매회 열연을 펼치며 '태풍상사'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방송된 '태풍상사'에서는 이준호는 하루아침 가장이 된 후 짊어지게 된 무게, 초보 상사맨으로서 겪는 시련과 초보 사장인 자신을 믿어준 직원을 향한 책임감 등 강태풍의 성장기를 오롯히 담아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 오갈 곳 없는 강태풍 자신과 엄마 정정미(김지영)를 흔쾌히 받아준 오미선(김민하) 주임은 자신의 집 방 한 칸을 내어줬고 그곳에서 강태풍은 안식과 안도를 느끼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세상 둘 도 없는 효자인 강태풍은 엄마 정정미에게 열심히 성장해 다시 집을 되찾아주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강태풍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천국으로 향할 것 같았던 안전화가 또다시 거품이 돼 사라져 버린 것. 태풍상사는 안전화를 만든 슈박과 계약 후 선급금까지 지금했으나, 알고보니 슈박은 부도를 앞둔 회사였고 슈박의 사장 박윤철(진선규)이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안전화를 모두 빼앗긴 것. 사채업자는 500만원을 가져오면 강태풍이 계약한 안전화 500켤레를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강태풍을 압박했다. 엄마의 안심이 되어주려 노력했던 강태풍은 처음으로 "물건도, 돈도 없어져 너무 무섭다"며 눈물을 쏟아내 보는 시청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엄마의 위로에 다시 한번 일어선 강태풍은 오미선 주임이 적금을 깨고 건넨 500만원을 받아 안전화를 찾기 위해 사채업차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피가 흥건한 공장 바닥에 쓰러진 슈박 사장 박윤철을 목격, 잔혹한 세상에 충격을 받았다. 강태풍은 아버지가 남긴 "중요한 건 사람이다. 꽃보다 더 향기롭고 돈 보다 더 가치 있다"라는 통장 편지를 떠올리며 '사람' 박윤철을 택했다. 인간 이하의 사람들에게 아버지와 미선이 소중하게 모은 돈을 줄 수 없었던 강태풍은 사채업자에게 "안전화 7000개 팔아서 1억으로 줄게. 1억 먹고 영원히 떨어져"라며, 신체 포기까지 얹어 승부수를 던졌다. 여기에 손바닥 전체에 인주를 묻혀 차용증 한 가운데에 도장을 찍어버리는 패기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짜릿하고 강렬한 엔딩을 장식했다.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는 사채업자에게 "이름 알 거 없고. 그냥 태풍상사, 상사맨"이라고 각인시킨 강태풍의 미친 배짱과 기개는 방송 직후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IMF와 시원하게 맞짱을 뜨는 패기 가득 청춘의 얼굴이 된 이준호는 지난 2023년 방영된 MBC 드라마 '킹더랜드' 이후 2년 만에 안방으로 컴백, 전작을 잊게 한 강렬한 강태풍 그 자체로 완벽히 변신해 시청자를 열광하게 하고 있다. 흔들림 없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인 이준호는 보법이 다른 성장캐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태풍상사' 일당백 주연으로 등극한 이준호가 본격적인 반격이 그려질 '태풍상사'에 어떤 전율을 선사할지 기대가 쏠린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