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래서 홍창기, 홍창기 하는구나.
단기전 가장 중요한 1차전, 한국시리즈 첫 판은 LG 트윈스의 차지였다.
LG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대2 완승을 거두며, 우승 확률 73.2%의 기운을 가져가게 됐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버렸다. 한화가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왔고, 5차전에서 폰세-와이스 외국인 투수 2명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선발 로테이션이 완전히 꼬였다.
하지만 한화도 만만치 않을 거란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한화가 자랑하는 국내 최강 선발, 문동주와 류현진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 싸움에서 일찌감치 양팀 희비가 엇갈렸다. 문동주가 1회부터 2실점하며 승부가 기울기 시작했다.
주목할만한 건 LG 1번타자 홍창기와의 싸움이다. 한화야 5경기나 하고 올라왔다지만 LG는 거의 한 달 가까이를 기다린 팀. 체력은 강점이지만, 경기 감각은 약점이었다.
그래서 1차전 1회가 중요했다. 문동주는 공이 빠른 투수이기에, 여기에 막혀 1회 공격을 허무하게 끝내버리면 상대에게 흐름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문동주는 1번 홍창기에게 자신있게 연속 2개 직구를 찔렀다. 2S.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2S를 잡고도 제구가 흔들렸다. 사실 1, 2구째도 공이 높았는데 ABS존에 걸렸다. 연속 3개의 공이 존을 완전히 벗어났다. 긴장되고, 일관되게 높았기에 사실 타자의 방망이가 따라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홍창기는 스트라이크를 판독하는 기계같이 꿈쩍하지 않고 서있었다.
2S이 풀카운트가 됐다. 투수가 불리해졌다. 문동주가 어렵게 스트라이크존에 빠른 직구를 넣자 홍창기는 욕심내지 않고 커트를 해냈다. 회심의 공을 던진 문동주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고 7구째 공이 허무한 볼이 되며 홍창기를 출루시켰다.
문동주는 당황했는지 2번 신민재의 빗맞은 땅볼을 내야 안타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공을 잡고 최대한 빠르게 송구를 했어야 했는데, 생각이 많았는지 송구를 전력으로 하지 못해 신민재를 살려주고 말았다. 오스틴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김현수 타석 폭투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내야 땅볼로 첫 실점을 했다. 안 줘도 될 점수를 주자 힘이 더 빠졌는지 문보경에게 적시타까지 허용했다. 1회 투구수만 23개, 힘겨웠던 1회가 문동주와 한화의 미래를 암시했는지도 모른다. 또 1회부터 주자를 내보내는 등 긴장하던 톨허스트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효과도 컸다. 그 중심에는 홍창기의 눈야구가 있었다. 시즌 도중 큰 무릎 부상을 당했지만, 건강하게 돌아와 리드오프 역할을 해준 홍창기의 가치가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