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 기록은 2년 동안 멈춰있었다. 무슨 기록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26일 수원체육관. 경기 도중 장내 아나운서가 현대건설 김희진의 통산 600블로킹 달성을 축하했다. 그런데 정작 선수 본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현대건설은 이날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정관장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궁금증은 경기 후 김희진을 만나고서야 풀렸다. 김희진은 "600블로킹이 임박한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배구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는 다른 의미에서 유명했다.
김희진은 2022~2023시즌까지 블로킹 591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희진은 최근 두 시즌 동안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경기에 나와도 이미 승부가 결정된 뒤거나, 원포인트 블로커로 나오곤 했다. 가뭄에 콩나듯 블로킹을 추가하긴 했지만(2시즌 7개), 600개까지의 거리가 한없이 멀어보였다.
14년간의 IBK기업은행 생활을 청산하고 현대건설로 옮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다현이 떠나고, 양효진의 컨디션 관리에 신경써야하는 현대건설은 베테랑 김희진의 경험에 기대를 걸었다. 올시즌 개막과 함께 2경기 모두 주전 블로커로 뛰었고, 그 결과 2경기만에 3개를 추가하면서 이정표에 도달했다.
특히 이날 김희진의 블로킹은 2개였지만, 유효 블로킹은 7개나 됐다. 공격 성공률은 조금 아쉬웠지만, 적어도 미들 블로커로서 자신의 역할은 다해냈다는 뜻이다.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올림픽까지 김연경-양효진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던 김희진이다. 양효진과 한팀에서 뛰는 것도 좋고, 김다인 정지윤 등과도 친한 사이라 새 팀에 적응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문제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시즌 전만 해도 자기 자신에게 회의적이었다.
"2년간 공백기를 갖고 다시 뛰려니, 2경기 풀로 뛰었는데도 여전히 긴장의 연속이다. 성적이 좋은 팀에 내가 들어왔는데, 그 뒤로 삐걱거리는 모습이 나오면 안되니까…그런 플레이를 내가 할 때마다 마음이 힘들다."
김희진은 "한동안 블로킹 높이도 제대로 안 나왔다"면서 한숨을 쉰 뒤 "누군가가 날 믿어준다는게 참 선수로서 큰 힘이 되고, 지지가 된다"며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내 기록은 2년전부터 멈춰있었다. 지금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오늘 경기가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앞으로 내가 또 무슨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아직 엄청나게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 예전의 김희진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외국인 선수 카리는 오클라호마 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프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2m1 큰 키와 당당한 체격에서 나오는 스파이크가 일품인 선수지만, 시즌 직전 양쪽 무릎 통증을 겪으면서 쉽지 않은 첫걸음을 뗐다. 지금은 최대한 높이에 집중하며 천천히 회복하는 단계다.
카리는 이날 23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무릎 통증으로 교체되는 등 8득점에 그쳤던 첫 경기와는 달랐다. 카리는 "예전 현대건설 외국인 선수들(야스민, 모마)이 굉장히 잘했다고 들었다. 첫 경기와는 자신감 면에서 달랐던 것 같다. 미국에서 날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도 보답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사실 가족들이 좀 그립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지내는 건 처음이다. 그래도 팀 분위기가 너무 좋고, 음식이 정말 맛있다. 짜장면 탕수육 사랑해요!"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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