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완의 전지적 기자 시점] "달래라고? 뭘 달래. 열받아 죽겠는데 진짜."
제작진과 기자의 수싸움에서 기자가 완패했다. 기자는 일본 슈지츠고와 필승 원더독스의 경기에서 원더독스가 완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일자 '신인감독 김연경' 시청률 '주춤'…日고교팀, 지나친 강팀 묘사가 역효과?]
하지만 제작진이 2세트를 내리 이기고도 경기 도중 4회를 마친 이유가 있었다. 기자는 제작진이 과도하게 일본 고교팀을 강팀으로 묘사해 역효과를 일으켰다고 판단했지만 슈지츠고는 일본 고교 최강팀다웠다.
결국 지난 26일 방송한 MBC '신인감독 김연경' 5회 전국 평균 시청률은 4.1%(이하 닐슨 코리아 집계)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2049시청률(이하 수도권 기준)은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5.4%까지 올랐다. 광주여대와의 1세트에서 인쿠시가 상대 팀의 경계대상이 되고 광주여대 역시 연경표 족집게 전략에 견주는 대학우승팀다운 안정적인 수비로 막상막하 랠리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필승 원더독스는 슈지츠고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석패했다. 1, 2세트를 따내고도 내리 3세트를 내주는 경기를 하며 IBK기업은행 알토스전에 이어 연패를 떠안았다. 이제 2패를 더하면 팀 해체다.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된 경기였지만 의외의 패배에 김연경 감독도, 선수들도 충격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배구라는 스포츠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단순히 경험이 많다고 해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팀의 간판 표승주와 백채림은 실력이 있지만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최선을 다해 분투했지만 낮아지는 점프와 약해지는 스파이크를 정신력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작전을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를 투입할 수도 없는 김연경 감독의 고충은 그대로 드러났다. 표승주의 온 힘을 다한 서브가 네트를 넘지 못했을 때 김연경 감독은 '이 경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김연경 감독은 슈지츠고와의 경기 후 "배구를 하면서 22개의 블로킹을 잡은 팀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만큼 잘해냈지만 패했다. 공격 성공률이 처참하게 낮았다는 의미. 때문에 광주여대와의 경기에서는 리더 표승주 한명에게 의지하는 공격 성공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날 방송에서는 또 김연경 감독이 아웃사이드 히터 '넵쿠시' 인쿠시에게 그동안 혹독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드러났다. 기업은행 전에서 작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인쿠시는 슈지츠 전에서는 잠깐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그리고 경기 후 팀미팅에서도 김연경 감독은 인쿠시를 콕 찝어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에 몽골 출신인 인쿠시의 낮은 한국어 능력까지 덧붙여지면서 코너에 몰렸다.
이후 김연경 감독은 훈련 중인 인쿠시를 따로 불러 "익스큐즈가 아닌 솔루션으로 바꾸라"며 "누구도 편하게는 못간다. 어렵게 갈 수밖에 없다. 잘할 수 있으니까 잘해봐. 많이 도와줄테니까"라고 조언했다. 또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인쿠시에게) 더 많이 신경이 쓰인다. 선수를 포기하거나 놓을 수 없다. 트라이아웃 때부터 인상 깊은 공격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빨리 귀화 시켜야하지 않나" "프로 1군과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공격적인 면이 좋다"는 등 인쿠시를 극찬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결국 광주여대와의 경기에서 인쿠시는 스타팅 멤버로 출전해 시작부터 완벽한 서브와 백어택으로 김연경 감독의 웃음을 자아냈다. 대학리그 우승팀 광주여대와의 경기에 앞서 김연경 감독은 "3세트 셧아웃 승리를 해야겠다"고 선수들 앞에서 선언했다. 원더독스가 광주여대와의 경기에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다음 회 예고를 통해 김연경 감독은 선수 방출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5회 방송 후 공개된 유튜브 채널 '언더독스 라커름'의 '미방분, 충격적인 2패 후 생각이 많아진 신인감독 김연경'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원더독스의 스태프들은 김연경 감독에게 실망한 선수들을 "달래줘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김연경 감독은 특유의 시크한 말투로 "달래라고? 뭘 달래. 열받아 죽겠는데 진짜"라고 말해 특유의 승부근성을 드러내기도 했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