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김)도현이가 조금 늦을 수 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다음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쉽게 구상하지 못하고 있다. 변수가 너무 많아서다. 일단 외국인 원투펀치 제임스 네일과 아담 올러는 재계약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에이스 네일과 협상이 최우선인데,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내 선발진도 물음표가 가득하다. 양현종은 올 시즌 뒤 FA 시장에 나가고, 윤영철은 전반기를 마친 뒤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됐다. 윤영철은 장기적 관점에서 다음 시즌까지는 마운드에 다시 서지 않기로 했다.
이미 물음표가 가득한 가운데 예상치 못했던 김도현이 큰 변수로 떠올랐다. 김도현은 정규시즌 막바지 팔꿈치에 염증이 발견돼 일찍 휴식에 들어갔는데, 재검진한 결과 팔꿈치 미세 피로골절 소견을 들었다.
구단은 미세 피로골절 소견을 들었을 때도 김도현이 다음 시즌 개막에 맞춰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막에 맞춰서 돌아오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이러면 김도현을 선발진의 상수로 넣기가 어렵다.
김도현은 올해 선발투수로 풀타임 첫해를 보냈다. 24경기, 4승7패, 125⅓이닝,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했다. 전반기 성적이 워낙 좋았다. 16경기에서 90⅔이닝,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KIA가 그토록 기다렸던 국내 우완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후반기에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체력과 볼 배합 등 부진의 원인을 다각도로 살폈는데, 결과적으로는 팔꿈치에 무리가 갔다. 후반기는 8경기 34⅔이닝, 평균자책점 9.09에 그친 배경이다.
김도현은 현재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에 나와 재활 훈련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이 감독은 "(양)현종이가 어떻게 될지 봐야 하고, 또 (김)도현이의 상황도 어떻게 되는지 봐야 한다. 도현이가 만약에 초반에 안 된다고 하면, 그러면 도현이를 중간 투수로 쓰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변수가 없는 선발투수로는 이의리, 김태형, 황동하가 있다. 이의리와 황동하는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라 내년에 건강하기만 하면 큰 걱정은 없다. 신인 김태형은 시즌 막바지 구속을 시속 150㎞대로 끌어올리면서 대체 선발투수 기회를 완벽히 살려 5선발 후보로 급부상했다.
이 감독은 "(이)의리는 선발 로테이션에 넣어서 가고, (황)동하는 중간과 선발이 다 되는 친구다. (김)태형이가 5선발을 딱 잡아서 시즌 마지막처럼만 던져준다면 팀은 스피드를 갖춘 선발투수를 보유하게 된다. 태형이는 내년에 한 15경기 정도만 선발로 등판해 줘도 큰 도움이 된다. 쉬어야 할 선발들은 쉴 수 있고, 태형이에게도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건 김도현이 건강히 개막에 맞춰 돌아오는 것이다. 김도현은 이제 시즌 120이닝 이상 던진 검증된 선발투수기 때문. 올해 9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이닝이터 능력도 키운 상태다. 이 감독은 일단 김도현의 회복 속도를 지켜보며 새 시즌을 구상하려 한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