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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회 줘서 고맙다" KIA에 진심이었던 외국인, 결별인가 재계약인가…원점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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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한국에서 기회 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은 정규시즌을 마친 뒤 가족과 함께 고향 미국으로 돌아갔다. 위즈덤은 광주를 떠나기 전 KIA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진심을 전한 뒤 떠났다.

위즈덤은 처음부터 한국 무대에 뜻이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을 보낸 선수. 지난해 시카고 컵스에서 뛰면서 75경기밖에 기회를 얻지 못해 메이저리그 잔류가 어려워지자 시즌을 마치고 멕시코리그로 갔다. 메이저리그 재진입이 목표였는데, KIA가 그런 위즈덤을 설득해 데려왔다.

1991년생인 위즈덤은 해외리그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KBO리그로 무대를 옮긴다는 것은 곧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KIA는 위즈덤의 에이전시 대표를 직접 찾아가 이틀 동안 설득한 끝에 어렵게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 타자로 눈길을 끌었다. 맞으면 넘어가는 파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보여준 것. 문제는 타율이었다. 지난 시즌 타율 0.171(158타수 27안타)에 그쳤고,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0.209(1311타수 274안타)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잘 치는 타자들의 타율이 2할 후반대인 것을 고려해도 낮은 수치였다.

KIA는 위즈덤이 올해 30홈런만 쳐도 성공이라고 바라봤다. 위즈덤은 기대 이상인 35홈런을 쳤다. KIA에 5년 만에 나타난 30홈런 외국인 타자였다. 문제는 영양가. 득점권에서 홈런이 6개에 불과했다. 솔로 홈런이 22개였다. 시즌 타율은 0.236로 역시나 아쉬움이 있었는데, 득점권 타율은 0.207로 더 낮았다. 시즌 내내 영양가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다.

KIA는 타격 영양가 논란과 별개로 시즌을 치르면서 위즈덤에게 고마운 대목이 있었다. 주전 3루수 김도영이 3차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는 큰 변수가 발생했을 때 위즈덤이 3루수를 맡았다. 위즈덤은 미국에서 1루수보다는 3루수로 더 많이 뛰었지만, KIA에서는 1루수로 뛰면서 타격에 더 집중하고 싶은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팀에 김도영이라는 큰 변수가 발생하자 묵묵히 3루수로 뛰었다. 한국에서 외국인 타자는 타격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타격에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을 감수한 것. 위즈덤은 올해 1루수로 505⅓이닝, 3루수로 406이닝을 뛰었다.

KIA는 일단 위즈덤과 재계약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상태로 다음 시즌 외국인 타자를 알아보고 있다. 그래도 재계약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인다. KIA는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본격적으로 오선우를 1루수로 키우고 있다. 오선우는 광주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하는 동안 1루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다음 달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하는 마무리캠프 참가도 자청해 1루 수비 훈련에 모든 것을 쏟기로 했다. 오선우가 1루수로 자리를 잡고, 3루수 김도영이 건강히 돌아오면 위즈덤을 잡는 게 국내 내야수들의 성장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KIA는 일단 포지션 상관없이 가장 잘 치는 타자를 데려오는 기조로 움직인다.

이범호 KIA 감독은 "내야수 외야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장 잘 칠 수 있는 타자를 찾아야 한다. (김)도영이가 있고, 외국인 타자가 위즈덤의 능력에서 타율이 7~8푼만 더 높으면 솔직히 타선은 막강하다"고 이야기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