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원석 선수가 제 친구예요."
황영묵(26·한화 이글스)은 29일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8회말 대타로 경기에 나섰다.
8회말 한화는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황영묵의 침착함이 한화의 역전 발판을 놓았다.
2차전 리드오프로 나와 안타를 치는 등 감이 좋았던 황영묵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이날 한화는 타선이 침묵하면서 1-2로 끌려갔다. 8회초 폭투로 한 점을 주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8회말 대타 김태연의 행운의 2루타로 공격의 포문을 연 한화는 손아섭의 안타와 문현빈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갔다. 이후 채은성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이원석 타석에 대타로 들어선 황영묵은 초구로 낮게 떨어진 포크를 참아낸 뒤 2구째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직구를 파울로 이어갔다. 이어 공 세 개가 모두 뒤로 높게 떠서 갔고, 황영묵은 이를 참아내고 볼넷을 이끌어냈다. 밀어내기로 3-3이 된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한화로 넘어갔다. 이후 심우준과 최재훈이 연속 2타점 적시타로 7-4로 벌렸고, 결국 9회초 김서현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이날 경기 승리를 잡아냈다.
한화가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한 건 2006년 10월2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 이후 6946일 만. 대전에서는 1999년 10월26일 한밭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상대로 2대1로 승리한 뒤 9500일 만이다.
경기를 마친 뒤 황영묵은 "대타로 나갔기 때문에 수비적으로 하기보다는 공격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공이 오면 돌릴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스트라이크존에 빠져서 왔다. 공이 날리는 거 같아서 최대한 낮게 보고 해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이라 볼넷을 고르게 됐다"고 했다.
황영묵은 이어 "시즌 내내 그렇게 준비를 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을 많이 했고, 중요한 경기에 이렇게 역할을 맡아서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를 이어가던 황영묵은 갑자기 "이원석 선수가 내 친구"라고 운을 뗐다. 황영묵은 "대타로 들어가기 전에 배팅 장갑을 빌렸다.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가 갑자기 다시 대타로 준비하고 나가게 됐다. 장갑이 안 보여서 (이)원석 선수에게 빌렸다. 그런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황영묵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원석은 "나 역시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황영묵은 '계속해서 이원석의 장갑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에 "내 장갑을 쓸 것"이라며 "2차전에서 안타를 쳤었다. 기운이 더 좋다"고 웃었다.
2차전에서 안타와 볼넷을 기록한 황영묵의 모습에 김경문 한화 감독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했다"라며 "3차전에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야기와 달리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지만. 황영묵은 "선발 욕심은 있지만, 내 역할이 있다. 안 나가더라도 오늘처럼 뒤에서 할 수 있는 내 역할이 있었으니 그런 걸 보고 한다"고 강조했다.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황영묵은 "타석 들어가기 전에 팬들 함성이 너무 컸다. 그걸로 힘을 받았다. 그런 데에서 자신감이 많이 온다"라며 "홈에서 한국시리즈 경기를 했는데 일단 시작이 좋은 거 같다. 선배님들께서 경기에 나가기 전에 1,2차전은 지우고 3차전에 첫 번째 경기라고 생각하자고 하셨다. 이 기세를 이어 잡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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