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로코 프리패스상' 강태오가 왕세자 옷을 입었다.
30일 서울 마포 상암 MBC 신사옥에서 MBC 새 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강태오, 김세정, 이신영, 홍수주, 진구, 이동현 PD가 참석했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웃음을 잃은 세자와 기억을 잃은 부보상의 영혼 체인지 역지사지(易地四肢)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강태오, 김세정, 이신영, 홍수주, 진구라는 라인업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PD는 "강태오 씨와 김세정 씨는 대본에 나오는 캐릭터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인물은 없겠다 싶었다. 대본만의 숨은 시크릿을 잘 표현하기에 두 배우가 결이 가깝고, 얼굴 합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도 두말할 나위 없다"라고 말했다.
강태오는 대리청정 중인 왕세자 이강 역으로 나선다. 겉으로는 방탕하고 제멋대로인 듯 보이는 이강의 내면에는 궐 내 세력 다툼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가 숨겨져 있다. 왕실의 후계자라는 직위에서 오는 무게를 묵묵히 견디며 언젠가 복수할 기회를 꿈꾸는 왕세자 이강의 매력을 표현할 강태오의 변신에 시선이 쏠린다.
2019년 '조선로코 녹두전' 이후 첫 사극이라는 점도 관심사다. 강태오는 "너무 오랜만이라 살짝 걱정도 많았다. '조선로코 녹두전'의 모습을 톤을 재검토하고 준비하기도 했다"라며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폼생폼사 왕세자'인 만큼 '한복 비주얼'도 기대 포인트다. 강태오는 "퍼스널 컬러라고 하는데, 극 중에서도 이강의 퍼스널 컬러를 어필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본인에 맞는 색깔을 강조한다. 그래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계절에 맞는 스타일이 있다"라고 귀띔했다.
강태오 하면 유명한 대사 '섭섭한데요'가 있다. '섭섭한데요'를 뛰어넘을 명대사가 이번에도 나올지 궁금증이 생긴다. 강태오는 "멋진 대사가 많이 나온다. '섭섭한데요'도 화제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한마디 한마디 최선을 다해서 내뱉었다"라면서도 박달이와 영혼이 바뀌었을 때를 떠올리며 "이게 뭐래유?"라고 말해 웃음을 샀다.
타고난 부보상 박달이 역은 김세정이 맡는다. 과거의 기억 일부를 잃은 박달이는 남다른 적응력으로 부보상의 삶에 녹아든 채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첫 사극에 도전하게 된 김세정은 "걱정이 많았다. 막상 해보니 박달이라는 연기를 많이 연구해야 되더라. 사투리도 연구하고, 이강 캐릭터도 연구해야 되더라. 연구할 게 많아서 긴장감은 그래도 덜했다. 대신 사극에 임하는 멋진 한복의 태를 살리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흥행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세정은 "'케데헌' 덕분에 한국 문화의 멋, 한국 로코의 맛 등에 관심을 가져 주실 때 빨리 우리 드라마를 선보이고 싶었다"며 웃었다.
특히 구중궁궐 안 위엄 있는 왕세자 이강과 조선 팔도를 떠돌아다니는 자유분방한 부보상 박달이의 극과 극 로맨스를 써 내려갈 강태오와 김세정의 호흡도 주목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인물이 만나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몰입감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이강과 박달이가 영혼이 바뀐다는 점에서 서로 상대의 연기를 세심히 관찰했을 것으로 보인다. 강태오는 "현장에서 리허설할 때 많이 얘기하고, 조언도 많이 구했다. 세정 씨의 특유의 습관이나 표정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을 힐끔힐끔 캐치했다. 김세정은 에너지바 같은 모습이 있는데, 달이에게도 고스란히 있다. 영혼이 바뀌었을 때도 잘 가져가려고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세정은 "각자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향은 같다고 생각했다. 외관적인 것은 서로 얘기하면서 도움 많이 받았다. 1인 2역으로 유명한 드라마가 있지 않느냐. 하지원 선배님께 여쭤봤다. 상대 배우와 많은 호흡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더라"라며, 영혼이 뒤바뀌는 로맨스 코미디극으로 유명한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호흡에 대해서는 강태오가 "평소에도 상대와의 호흡, 케미, 사이 좋음 등 그런 기운이 극에 고스란히 잘 담기고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좋았다. 그래서 방송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기대가 된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김세정도 "저도 같은 마음이다. 로코를 찍다 보면 삼박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현장 분위기다. 항상 깔깔거릴 정도로 웃었다. 특히 태오 오빠와 개그나 인사가 재밌었다. 두 번째가 로코니, 코미디를 어떻게 살리느냐다. 코미디는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제가 웃겨볼까 하면, 알아서 잘 맞춰주더라. 세 번째는 눈빛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배우 중에서도 눈빛이 정말 좋은 배우라 생각한다. 오빠의 눈빛을 보고 나면 로맨스가 잘 만들어지더라"고 케미를 자랑했다.
이신영은 이강의 사촌동생인 제운대군 이운 역을 연기한다. "각성의 여정"이라는 키워드를 꼽은 이신영은 "각자 가지고 있는 서사가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라고 예고했다.
조선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롭지만 가문의 인형처럼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난 김우희 역으로 극에 긴장감을 더할 홍수주는 "첫 사극이라기보다는, 항상 작품을 할 때 긴장감 반, 설렘 반으로 들어간다. PD님을 믿고 촬영에 임했다. 사극이 너무 재밌더라"고 전했다.
진구는 '주상 위의 좌상'으로 불리는 절대 권력자이자 김우희 아버지인 김한철 역을 소화한다. 홍수주와 부녀 호흡을 맞춘 것에는 "생각보다 부녀가 같이 나오는 신이 없더라. 그런데 데면데면한 분위기로 나와야 해서 잘 나온 것 같다. 물론 카메라 밖에서는 친했다"고 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 '금혼령', '연인', '밤에 피는 꽃' 등 MBC 사극들이 매번 흥행한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 PD는 "저희는 정통 사극이 아니다.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표현을 해주셨는데, 실제로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 정치적 불화, 갈등, 진한 멜로까지 있다. 다른 느낌의 사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볍게 볼 수 있는 회차도 있고, 깊게 슬픈 회차도 있다"며 다른 사극과의 차이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부담감도 솔직한 마음으로 털어놨다. 이 PD는 "솔직히 말해서 부담된다. 항상 기사에 MBC 사극에 대한 기대감을 써주시는데, 읽을 때마다 '잘돼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작품을 위해 죽어라 노력을 많이 했고, 여기 계신 분들과 현장 스태프분들에게도 많은 괴로움을 줬다. 그 부담을 떨칠 만큼 성적이 잘 나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수치적인 목표로는 "솔직히 말해서 부담돼서 죽을 것 같다. 작품을 재밌게 만들기보다는, 보는 분들이 얼마나 좋아해 주시고 그 시기가 잘 맞아야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 같다. 결과나 성적은 겸허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두 자릿수 시청률이 나온다면, MBC 정문에서 제 사비로 커피 100잔을 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강태오는 "그럼 제가 100잔을 더 보태겠다"라고 했고, 이신영과 진구도 300잔에 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김세정이 "이왕 하는 거, 제가 오빠와 한복을 예쁘게 입고 같이 커피를 나눠드리겠다"라고 거들자, 강태오는 "커피보다는 율무차, 한방차가 좋은 것 같다"며 공약을 정리했다.
MBC 새 금토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오는 10월 31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