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직전 478만9천명 방문…APEC기간 황리단길 26% 감소·동궁과 월지 반토막
곳곳 통제로 "관광지 접근 자체가 부담…행사 끝나면 다시 살아날 것 기대"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 지역 관광객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회의가 열린 주간에는 주요 관광지 방문객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문관광단지 일대를 중심으로 삼엄한 통제와 연이은 우회 안내로 관광객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31일 경북 경주시에 따르면 한국 관광 데이터랩 분석 결과 지난 1일부터 27일까지 외지인 방문객 수는 478만9천63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중 외국인 수는 14만1천689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객인 375만5천133명(외국인 11만6천225명)보다 27.5%(21.9%) 증가했다.
이 기간 황리단길과 대릉원에는 관광객 99만6천75명(지난해 76만8천176명)이 다녀가, 지난해보다 30%가 늘어났다.
동궁과 월지 방문자 수는 20만8천36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9천478명보다 16% 늘어났다.
APEC 효과로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정작 정상회의 주간부터는 방문객 수가 줄었다.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경주시가 무인 계측기로 자체 집계한 결과 황리단길 방문객은 9만19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3천408명보다 오히려 26% 줄어들었다.
대릉원도 2만4천39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천851명보다 1천명가량 감소했다.
동궁과 월지에는 1만1천593명이 다녀가며 지난해 관광객 2만446명보다 반토막이 났다.
평소 경주는 황리단길, 대릉원, 동궁과 월지, 첨성대 등 주요 명소마다 인파가 몰려 '숙박 예약은 물론이고 주차조차 어려운 도시'로 불렸다.
하지만 APEC 정상회의 주간에 돌입하며 교통통제와 검문이 강화되자 도심 상권을 찾는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31일 정오께 황리단길 상점가는 평소보다 눈에 띄게 한산했다.
타로 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외국인 관광객은 늘어난 것 같은데, 내국인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며 "외국인들은 상담 형식인 우리 업종을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출이 증가하진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골목의 한 카페 주인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야외 좌석에도 젊은 손님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텅텅 비었다"라며 "APEC 특수 기대와 달리 하루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 기념품점 주인은 "사람이 없으니 하루 종일 매장 문을 열어두고 바람만 쐰다"면서도 "행사를 계기로 외국에 경주가 더 알려져 관광객이 더 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가족이나 연인으로 붐비던 대릉원 일대 역시 붐비던 모습 대신 가족 단위 관광객만 띄엄띄엄 눈에 띄어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경주시와 지역 상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APEC으로 인한 '일시적 침체'로 보고 있다.
경주 전역은 지난 27일부터 단계적 교통 통제가 시행돼 차량 진입이 제한되는 구간이 늘었다.
경주시는 유명 관광지 골목마다 경력이 배치되거나 통행이 제한되고, 보안 문제로 행사들이 연이어 취소돼 관광객이 급감했다고 내다봤다.
보문관광단지 내 숙박업소 관계자는 "국제적인 행사라 이해는 하는데 우리처럼 작은 펜션은 예약이 취소됐던 방도 있다"며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APEC 정상회의만 끝나면 다시 손님이 늘어나길 기대한다"라고 토로했다.
황리단길에서 제빵소 가게를 하는 상인은 "APEC 행사로 교통 통제가 된다는 소식들이 알려져서인지 일반 방문객 숫자는 조금 줄어든 것 같다"며 "경북도나 경주시에서 APEC 행사가 끝난 뒤에 상권 활성화를 위한 고민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주시는 APEC 폐막 이후 도심 활력 회복을 위해 '전국관광기업지원센터 공동팝업스토어 플리마켓', '윈터포차나이트' 등 후속 관광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서은숙 경주시 관광컨벤션과장은 "APEC을 통해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지금이야말로 경주시 관광 도약 절호의 기회"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재조명되고,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선형 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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