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그래서 2,3루 만들어준 거 같아요."
김현수(37·LG 트윈스)는 지난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를 치르던 중 17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2008년 한국시리즈. 당시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던 김현수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3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당시 두산은 1승3패로 뒤져 있는 채로 5차전에 돌입했다.
0-2로 지고 있던 9회말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고, 타석에는 김현수가 들어갔다. 김현수는 채병용의 초구를 쳤다. 타구는 투수 정면으로 향했고, 채병용은 홈으로 송구해 3루 주자를 아웃시켰고, 공을 받은 포수 박경완은 1루로 던져 타자주자 김현수를 잡았다. SK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17년 후인 2025년 한국시리즈. LG는 1-4로 지고 있던 9회초 박동원의 투런 홈런으로 추격 불씨를 살렸다. 이어 박해민의 볼넷과 홍창기의 안타. 타석에는 신민재가 섰다. 신민재는 한화 투수 박상원의 2구째 포크볼을 받아쳐 1루수 땅볼을 기록했다. 그사이 주자는 한 베이스씩 더가면서 1사 2,3루가 됐다.
타석에 선 김현수는 2B2S에서 박상원의 스트라이크존 낮게 들어온 직구를 받아쳤고, 타구는 우익수 앞 안타가 됐다.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을 밟으면서 점수는 5-4가 됐다.
LG는 이후 문보경과 오스틴 딘의 추가 타점으로 7-4로 달아났고, 9회말을 무실점으로 잡아내면서 이날 경기를 잡았다.
1차전, 2차전에 이어 4차전 승리를 잡은 LG는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경기를 마친 뒤 김현수는 "이겨서 좋다. (박)동원이가 홈런을 치면서 분위기가 살아 역전을 바라봤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3안타를 친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통산 안타 102개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김현수는 "최다 안타인지도 몰랐다"라며 "그런데 9회초에 주자 1,2루에 (신)민재가 들어갔을 때 만루가 되면 2008년 PTSD가 오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그때보다 여유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차분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민재가 PTSD가 올까봐 2,3루를 만들어준 거 같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2008년 두산의 사령탑은 김경문 감독. 현재 한화의 사령탑이다. 김현수는 병살타와 안타로 김 감독에게 아픔을 주게 됐다.
이날 김현수는 4차전 데일리MVP로 선정됐다. 1승만 하면 한국시리즈 우승. 4경기에서 타율 4할6푼2리 1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김현수도 한국시리즈 MVP 유력 후보다. 그러나 김현수는 MVP 이야기에 "생각 없다. 그냥 편하게 경기를 하고 싶다"고 우승의 순간을 기대했다.
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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