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어느덧 불혹이 된 한국 프로축구. 32년 만의 월드컵 복귀 토양이자, 2002년 4강 신화의 든든한 풀뿌리였다. 11회 연속 월드컵과 함께 하는 한국 축구에 K리그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제대로 품은 구단은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런 K리그에 이제껏 없던 '걸작'이 탄생한다. 사상 첫 '라 데시마(리그 10회 우승)'를 달성한 전북 현대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홈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팬 익스페리언스 센터를 개관한다. 경기장 동쪽 출입구 1층에 위치하는 이 곳에는 1994년 12월 창단한 전북이 그동안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역사관과 함께 구단 머천다이즈 상품을 판매하는 메가스토어가 자리 잡는다. 역사관과 매장 모두 그동안 일부 구단에서 시행했던 것이지만 규모 면에선 제한적인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유럽 빅클럽처럼 대규모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전북이 사실상 처음이다. 2년 전부터 기획해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계획이 유보됐지만, K리그1 잔류에 성공한 뒤 수 차례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윤곽을 잡았다.
라운지를 거쳐 입장하는 역사관은 경기 준비-전반전-하프타임-후반전-인터뷰 등 실제 선수가 경기를 치르는 순서대로 5가지 테마를 구분한 게 특징. 경기 준비는 전북의 창단 배경, 전반전은 역대 유니폼 등 전북이 그동안 걸어온 역사와 거쳐간 인물들을 조명한다. 하프타임으로 명명된 공간에선 간단한 훈련을 게임 형식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후반전은 전북이 그동안 수집한 트로피와 레전드 유니폼,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소개하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실제 기자회견장을 모티브로 만든 인터뷰 공간에선 역사관 탄생을 위해 구단에 물품을 기증하고 변함없이 성원을 보내고 있는 팬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역사관 관람을 마치면 각종 구단 MD를 구매할 수 있는 메가스토어로 연결된다. 메가스토어는 지난달 중순 이미 개관했으며, 홈 경기 때마다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은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구매자 데이터 베이스를 축적해 맞춤형 상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북은 내년 초까지 역사관 보완 및 운영계획 수립을 완료하고 팬들에게 선을 보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진행 중인 경기 전 팬 투어와 익스페리언스 센터 시설을 연계, 본격적인 스타디움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전북은 단순 성적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리딩 클럽'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지난해 유례없는 부진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으나, 거스 포옛 감독 체제로 전환해 K리그1 10번째 우승을 달성하면서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유스 육성 및 중장기 활용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시설을 도입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고, 팬 서비스 측면에서도 진일보한 결과물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코로나 시대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홈, 원정을 가리지 않는 관람객 수 증가로 수익화의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 각 구단에는 경기라는 콘텐츠 외에도 즐길거리, MD 등 파생상품 마련을 통한 수익 증대라는 과제가 주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펼쳐지는 전북의 시도와 그 결과물은 K리그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