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노장의 열정에 대륙이 감동하고 있다.
내년 중국 슈퍼리그 승격이 결정된 충칭 퉁량롱은 10일(한국시각) 기념 축하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장외룡 감독(66)은 무대에 선 선수단 앞에 큰절을 올려 주변을 놀라게 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흔한 일이지만,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절까지 올리는 건 아무래도 생소한 장면이다. 사진 속의 충칭 선수들도 장 감독의 돌발행동에 놀란 듯 눈 둘 곳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장 감독의 절을 두고 중국에서도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축구 블로거 리쉬안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장 감독의 절을 두고 '불필요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수의 충칭 팬들은 댓글을 통해 '이건 한국 풍습이다. 스포츠 선수, 연예인들도 때때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절을 한다'고 적으며 장 감독의 정성을 옹호했다.
장 감독은 지난 9월 말 충칭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갑급리그(2부) 7경기를 남겨두고 있던 충칭은 슈퍼리그 승격권인 리그 2위였지만, 광저우 바오의 맹렬한 추격을 받으면서 승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장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였던 옌볜 룽딩전에서 0대3으로 완패하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그러나 충칭은 이후 6경기를 4승2무로 마무리했고, 결국 광저우와 승점과 골득실 동률을 기록했으나 상대전적 우위로 기적적으로 2위 자리를 수성하는 데 성공하면서 슈퍼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중국 족구보는 '충칭이 승격을 확정 지은 날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홀로 구석에 오랜 시간 앉아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충칭의 승격은 장 감독 스스로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22년 5월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충칭 당다이 리판이 재정난으로 해체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된 바 있다. 당시 장 감독은 구단 해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허사였다. 이후 야인 생활을 했던 장 감독은 3년여 만에 다시 중국 무대로 돌아왔고, 자신이 몸담고 있던 충칭에 둥지를 틀고 슈퍼리그 승격에 도전한 퉁량롱을 이끌고 복귀하게 됐다. 장외룡 감독과 마찬가지로 당다이 리판 해체 뒤 퉁량룽으로 건너온 베테랑 미드필더 황시양은 승격이 확정되자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으며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장 감독은 K리그 시절에도 선수들과의 소통에서 존중을 담은 자세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1987년 대우 로얄즈 코치로 출발한 지도자 생활은 어느덧 40년을 향하고 있다. 이럼에도 선수, 축구를 향한 겸손과 존중의 마음은 여전한 모습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