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일본)=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빨리 일어나야지. 안방이야!"
10초에 하나씩 핫코너로 강습 타구가 날아갔다. 몸을 힘껏 던져야 간신히 닿을듯 말듯했다. 넘어졌다 일어나서 숨을 고르기에도 부족한 시간. 멀쩡했던 그라운드가 어느새 축축하게 젖었다. 정말 비 온듯 땀이 쏟아졌다.
두산 베어스가 마무리캠프를 차린 일본 미야자키 아이비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풍경이다. 두산은 10월 29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마지막 훈련을 소화한다. 김원형 신임 감독은 절대적인 훈련량을 강조했다. 수비력 향상을 위해 '디펜스데이'를 진행했다. 매일 내야수 한 명씩 오후에 수비 집중 훈련을 실시한다. 그 자리에서 펑고 300개를 받아야 끝이다.
11일에는 안재석과 박성재 차례였다. 손지환 코치가 3루 안재석에게, 서예일 코치가 1루 박성재에게 펑고를 쳤다. 야구공이 가득 담긴 노란 박스 2개를 쌓아두고 시작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온갖 타구가 날아갔다. 글러브를 스치고, 배 밑으로 지나가고 불규칙 바운드가 튀었다. 올해 전역한 안재석은 "완전히 각개전투인데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체력이 급속도로 고갈됐다. 반응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다이빙을 했다가 원위치로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얘네들은 왜 물을 안 먹여요?"
홍원기 수석코치가 너스레를 떨며 등장했다. 안재석 주변에 푹푹 패인 땅바닥을 정돈하며 시간을 벌어줬다. 1.5리터 생수통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글러브 닿으면 잡아야지!"
"이거 잡으면 우승이야!"
"방금 2, 3루야. 이거 2점 막은 거야!"
손지환 코치와 서예일 코치가 끊임없이 펑고를 치면서도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마지막 10개는 속도를 더욱 올려서 체력을 바닥까지 털어냈다.
노란 박스가 텅 비자 안재석과 박성재는 그대로 드러누웠다. 둘은 마치 흙탕물에서 구른 것처럼 땀과 흙으로 샤워한 모습이었다.
박성재는 "한 10개 받았을 때부터 손목에 힘이 빠졌다.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 힘들었는데 이렇게 다 받아내니까 뿌듯하고 코치님께 감사하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안재석은 "힘이 빠지니까 공이 알아서 글러브에 척척 들어오더라. 일단 끝냈다, 완주했다는 것으로 뿌듯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예일 코치는 "힘이 빠지면, 자연스레 힘을 뺀 채 글러브 핸들링을 하는 게 익숙해진다. 어려운 타구를 보면서 감각 훈련에도 도움이 된다. 또 멘탈적으로 타구 하나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야자키(일본)=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