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유방암 투병으로 활동을 중단한 코미디언 박미선이 특유의 유쾌한 웃음과 농담으로 근황을 전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10개월간 방송을 중단하고 유방암 투병을 이겨낸 돌아온 '코미디계 큰 언니' 박미선이 출연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날 박미선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짧아진 숏커트 헤어스타일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스로도 어색한 스타일에 머쓱해진 박미선은 "약간 밀라노에서 사업 차린 디자이너 같지 않느냐? 아무래도 (머리 스타일에) 맞추게 됐다. 예전엔 여성스러운 옷을 많이 입었는데 최근엔 스타일이 바뀌었다. 너무 파격적인 모습이라 보는 분이 놀랄까봐 (걱정이다). '가발이라도 쓰지' 말이 나올 것 같다. 지금처럼 내가 머리를 쇼커트를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게 자란 머리다. 완전 민머리였다가 많이 자랐다"라며 특유의 재치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를 본 MC 유재석은 "누나 너무 멋있다"고 화답했다.
삭발을 하게된 과정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박미선은 "종합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사실을 알게 됐고 수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유방암 초기라서 항암 치료를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임파선으로 전이가 됐더라. 그래서 항암 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항암 치료는 머리가 100% 빠지는데 미리 머리카락을 잘랐다. 머리를 깎을 때도 나는 '퓨리오사 같지 않아?"라며 즐겁게 생각하려고 했다. 이런 내 모습에 가족들도 아무렇지 않게 대해줬다"고 웃었다.
그는 "여성분들이 항암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을 자를 때 많이 운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머리카락은 또 자라고 언제 또 이런 스타일을 해보겠나' 싶어서 즐겁게 임했다. 그래서 빡빡 머리로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우리 딸이 추천해서 찍어봤는데 잘한 것 같다. 정장을 맞춰 입고 멋있게 찍었다"고 프로필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미선은 오랜 공백 끝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가짜 뉴스도 너무 많고, 생존 신고를 하려고 나오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용감하게 나온 것이다. 사실은. 나에 대해 너무 궁금해 하고 지인들이 짧게나마 나의 근황을 밝히면 그게 너무 관심을 받더라. 다들 걱정들 해줘서 용기 내서 방송에 나오게 됐다. 이 프로그램이 근래에 첫 스케줄이자 마지막 스케줄이다"고 알렸다.
박미선과 유재석의 티키타카에도 조세호는 웃지 못했다. 앞서 조세호는 지난달 열린 W코리아의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러브 유어 더블유 2025'에 참석해 뭇매를 맞았다. 이 행사의 기부금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 자선 파티를 가장한 초호화 연예인 파티라는 비난이 커지면서 행사에 참석한 연예인도 공분을 샀는데, 그 중 한명이었던 조세호가 유방암 투병 중인 선배 박미선을 마주하게 되면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조세호는 "박미선 선배를 오랜만에 보지만 죄송해서 말을 잇지 못하겠다. 최근 내가 참석한 행사 때문에 박미선 선배와의 만남이 조심스러웠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방암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하게 됐다"고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이를 지켜본 박미선은 "마음고생을 했나보다. 살이 좀 빠졌다"며 조세호를 다독였고 "이제 됐지? 시원하게 한번 웃어달라"며 유쾌하게 사과를 받아들였다.
특유의 유쾌함과 담대함으로 밝게 근황을 전한 박미선은 힘들었던 투병기도 털어놨다. 박미선은 "임파선 전이가 되면 무조건 항암 치료를 해야 했다. 방사선 치료를 16번 받았고 현재도 약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살려고 하는 치료였는데 정말 죽을 것 같더라. 항암 치료를 하니까 목소리도 안 나오고 말초 신경이 마비돼 손발 끝의 감각도 사라졌다. 하루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오리기도 했고 살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헤르페스(수포)가 올라와 고생했다. 게다가 항암 치료 4회차에 폐렴이 왔다. 암환자는 폐렴이 정말 치명적이다. 열이 안 떨어져서 2주간 입원했는데 그때 보호자들과 주치의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위험했던 순간을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박미선은 "나는 완쾌가 없는 유방암이다. 그냥 받아들이고 또 생기면 치료하면 된다. 지금은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며 "올해는 이 스케줄이 마지막이다. 내년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계획하지 않고 살려고 한다. 이제는 물 흐르듯 쉬기도 하면서 삶을 살아 보려 한다"고 말해 유재석과 조세호의 박수를 받았다.
박미선은 "살기 위해 하는 치료인데 죽을 것 같았다"며 투병 과정의 솔직 담담한 고백부터 힘들었던 투병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긍정 기운을 전했다. '절망'이 아닌 '희망'을 전한 박미선에 대중도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