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딛고 증명한 1억6000만원의 몸값, 결과는 첫 대상경주 우승의 환희였다.
'그대만있다면'이 지난 1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펼쳐진 제19회 과천시장배 경마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대만있다면'은 1200m 단거리로 펼쳐진 이번 경주에서 씨씨웡 기수와 호흡을 맞춰 11두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4번 게이트에서 출발한 '그대만있다면'은 경주 초반 선두권 바로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안정적인 페이스로 자리를 지키며 4코너를 통과한 후, 결승선 200m 전부터는 순식간에 엄청난 탄력을 붙이며 결승선 직전 선두였던 '원평스킷'을 넘어서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그대만있다면'은 이날 우승으로 6년차 최용건 조교사와 11년차 우태율 마주에게 첫 대상경주 트로피를 안겨주었다.
적지 않은 몸값의 '그대만있다면'은 2세마임에도 1m75, 550㎏에 가까운 거구를 자랑한다. 씨수마 '태핏'의 손자마이기도 해 혈통적으로도 우수하다. 하지만 무한증(땀을 흘리지 않는 질환)을 앓고 있어 관리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최용건 조교사는 경주 직후 인터뷰에서 "'원평스킷'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따라가려고 작전을 설계를 했는데 잘 전개가 됐다. 씨씨웡 기수가 훈련하면서 말과 호흡을 잘 맞춘 결과인 것 같다"며 "'그대만있다면'이 무한증이 있기 때문에 고생 했는데 이렇게 보답을 해주니 고맙다. 51조 마방 식구들도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 앞으로 팬분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스타마로 키워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우태율 마주는 "처음 봤을 때부터 좋은 느낌을 받았다. 걸음걸이, 사이즈, 밸런스 이런 것들이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10만달러(약 1억4690만원)에 낙찰 받았다"며 "이것도 인연인 것 같고 내 아이 같은 느낌도 받아서 성적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는데, 좋은 성적을 내줘 고맙다. '그대만있다면'이 한국 경마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