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서울 이랜드의 역사는 김도균 감독 부임 전과 후로 나뉜다.
2014년, 이랜드는 큰 환호를 받으며 창단했다. 17년 만에 생긴 기업구단으로, K리그 판도를 흔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1부 승격은 커녕, 승강 플레이오프(PO)에도 오른 적이 없다. K리그2 입성 첫 해였던 2015년 4위로 K리그2 PO에 나간 것이 전부였다. 이후 하위권을 전전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아예 최하위로 추락했다. 10년간 무려 10명의 감독이 거쳤지만, 절망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2024년, 이랜드는 마침내 긴 터널을 뚫었다. 3위에 오르며 PO 진출에 성공했다. 꼬박 10년 만에 '가을축구'의 문을 다시 열었다. 기세를 탄 이랜드는 내친김에 승강 PO까지 올랐다. 전북 현대에 패했지만, 이랜드의 행보는 찬사를 받았다. 중심에 김도균 감독이 있었다. 김 감독은 창단 10주년을 맞은 이랜드의 승부수였다. 이랜드는 승격의 한을 풀어줄 적임자로 수원FC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던 김 감독을 점찍었다. 1년 넘게 김 감독을 설득했다. 이랜드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김 감독은 고심 끝에 도전을 택했다. 이랜드가 승격 경험이 있는 사령탑을 데려온 것은 김 감독이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흔들리던 이랜드를 단숨에 바꿨다. 특별한 예산 인상 없이 풍부한 인맥과 넓은 스카우팅 시스템을 앞세워 선수단을 재편했다. 2023년 54억8393만원이었던 이랜드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2024년에는 56억6160만원으로 1억8000여만원이 늘었을 뿐이다. 대신 김 감독은 서재민 백지웅 변경준 등 젊은 선수들을 키워냈다. 무엇보다 이랜드의 발목을 잡던 패배주의를 끊어냈다. 공격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축구로 무장한 이랜드는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도 화답했다. 2023년 평균 2939명이었던 관중은 2024년 3516명, 2025년 3837명으로 늘었다.
이랜드는 2025년에도 가을 무대를 누빈다. 이랜드는 23일 안산 그리너스와의 정규리그 홈 최종전서 6대0 대승을 거뒀다. 창단 후 한경기 최다득점, 최다득점차 승리였다. 4위에 오른 이랜드는 PO행을 확정지었다. 창단 후 첫 2년 연속 PO였다. 우여곡절 끝에 거둔 환희였다. 이랜드는 1로빈에서 구단 역대 최고인 8승3무2패를 거두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2로빈에서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단 1승(7무5패)에 그쳤다. 위기 속 김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고심 끝에 코치 두 명을 정리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였다. 곧바로 선수단 정신 무장에 나섰다. 훈련 세션도 직접 진행하며, 전술도 새롭게 만졌다. 스리백 카드를 꺼내 수비라인 안정화에 나섰다. 구성윤 김하준, 가브리엘 등을 더하며 선수단도 업그레이드시켰다. 선택은 주효했다. 변화를 준 후 치른 18경기에서 단 1패(9승8무)만을 당했다. 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격이 아닌 수비의 힘이 돋보였다. 18경기에서 단 10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최근 9경기에서는 무려 7번의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부임 후 구단 최다승, 최다승점, 최다골 등 여러 기록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 이랜드를 강호의 반열에 올렸다. 그는 "한시즌 반짝하는 팀이 아닌 꾸준히 상위권에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번 PO행으로 김 감독의 목표를 한층 더 현실화시켰다. 이제 '승격'이라는 퍼즐 단 한조각 남았다. 김 감독은 벌써 3시즌째 가을축구를 치르고 있다. 2023년 눈물 속 수원FC를 잔류시켰고, 2024년엔 승격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랜드의 새 역사를 쓴 2025년의 끝은 어떨까. 김 감독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