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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주문·농막청소·골프준비…전남대 교수들의 대학원생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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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사망' 해당 교수들 갑질 의혹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대학 진상조사 보고서 유족에 전달…대학 측 "징계 절차 진행 중"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전남대학교 대학원생 사망으로 제기됐던 교수 갑질 의혹들이 대학 자체 조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인정됐다.
대학원생을 '컴컴'으로 부르거나 골프대회 계획을 준비시키고 중고거래 등 사적인 심부름도 수시로 이뤄졌으며 인격 비하 발언와 함께 취업 이후에도 연구실 근무를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전남대 대학원생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3일 대학 기숙사에서 발생한 이 대학 공과대학 대학원생의 사망사건과 관련한 진상 조사와 보고서 작성을 지난달 말 완료했다.
해당 대학원생은 학사와 석사과정이던 2024~2025년 A·B 두 교수의 연구기획에서부터 결과보고서 작성, 행정처리까지 관련된 업무 전반을 수행했다.
A교수와 관련해 매달 4~9건까지 연구과제·공모전·행정업무를 처리했고, B교수의 업무도 매달 2~5건의 연구과제와 논문 투고 등과 함께 비공식 업무도 다수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B교수의 특수관계자 회사에 책임연구원 등이 있는데도 실제로는 대학원생이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위탁과제의 연구원 신분인 대학원생에게 회사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면서도 적정한 보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원생이 참여했던 과제에 지급되는 급여는 연구계획서에 책정된 대로 지급됐지만 연구원 인건비의 부당 활용이 있었는지는 감사나 수사기관을 통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또 대학원생 명의의 계좌에 총 11차례에 걸쳐 370여만원이 입금된 것은 학생인건비 회수금이 포함된 연구실 운영 관련 통장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A교수와 대학원생의 카톡 대화에서 학생인건비 일부를 회수해 연구실 실비 통장에 입금한 흔적이 나오기도 했는데, A교수는 연구원 회식비용·연구실 통신비용·학회논문 제출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책장 등 중고거래, 화분 물주기, 햄버거·유부초밥 등 식사 주문의 사적인 심부름까지 시켰으며 특히 대학원생을 카톡 등에서 부를 때 '컴' 또는 '컴컴' 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대학원생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고 굴욕감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위는 판단했다.
2024년 7월부터 1년간 일과시간 이후와 휴일 카톡이 143차례나 이뤄졌고, 취업이후에도 연구실 업무를 계속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외부 기관이나 기업의 요청으로 들어온 기술자문보고서까지 대학원생이 대신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교수는 대학원생이 제1저자로 등재된 학술지 게재 연구논문 2편의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려 97.5점의 연구업적 평가점수를 받기도 했다.

B교수의 경우 사적 심부름, 비정상적 영수증 처리, 강의 준비 등을 맡겼고 대학원생 비하 발언을 했으며 목적이 불투명해 보이는 수백만원씩의 통장 거래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교수는 햇반 주문, 농막 쓰레기 처리, 족구공 구입 등 중고거래 심부름과 골프대회 계획 수립, 행사장 운전기사 등 사적인 심부름을 42차례나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6월에는 B교수의 가족 식사 영수증을 처리하면서 비정상적인 처리과정에 대학원생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B교수 역시 대학원생이 취업할 시점에 '실험실 나가기 전까지는 날새기로 해야 한다'고 과도한 업무압박을 줬으며 일과 시간 이후와 휴일 카톡도 12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A교수와 마찬가지로 대학원생을 부를 때 '콤'이라는 은어를 썼고, 한글 파일이 아닌 PDF 파일로 보냈다고 인격모독의 비하 발언을 했다.
B교수와 대학원생의 통장거래 내역에는 수백만원의 현금을 수차례 주고 받은 사실도 드러났는데, 해당 교수는 학생에게 업무상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는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1~2주 간격으로 총 10차례의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을 조사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업무량과 관련해, 고인이 대학원생 평균 담당 과제 수의 약 2배를 맡고 있었으며, 교수 2명의 업무까지 병행하는 등 과도한 업무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 과제 수행 급여는 정상 지급됐으나, 교수 개인의 사적 업무 수행에 대한 인건비는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연구 특성상 인적 네트워크가 협소해 취업 후에도 교수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대학원생에게 압박감으로 작용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두 교수 모두 권한 남용, 고인에 대한 우월적 지위 행사, 부당한 요구 및 부적절한 처우가 있었던 것으로 위원회는 결론지었다.
이날 조사보고서를 유족에게 전달한 전남대는 지난달 30일 해당 지도교수를 직위해제 조치하고, 현재 두 교수 모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으며 경찰도 관련 사안을 수사 중이다.
또 대학원생을 포함한 학생연구자의 학업·연구 활동 환경, 인권 보호 체계, 인건비 지급 구조 등을 폭넓게 점검하고 실태조사, 심리 상담 프로그램 등에 대한 홍보 접근성을 강화해 실제 이용률을 높일 계획이다.
전남대 관계자는 "유족의 요구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대학원생 인권과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제도적 보완책을 지속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