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경기, 8회말 무사 1,2루 김재환이 역전 3점홈런을 치고 조성환 감독대행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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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두산 베어스가 '프랜차이즈 거포' 김재환(37)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4년 전 FA 계약 당시 삽입한 '독소 조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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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25일 KBO에 제출한 보류선수 명단에 김재환 홍건희 콜어빈 고효준 김도윤 이한별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26일 발표했다. 김재환 방출이 충격적이다.
외국인선수 콜어빈은 기대 이하였다. 재계약 거부다. 홍건희는 알려진대로 2년 보장 계약 후 옵트아웃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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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재환은 대체 무슨 일일까. 김재환은 이번에 FA 자격을 갖추고도 신청을 포기했다. 마치 두산 잔류 의지를 공식화 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이 또한 계약의 일부였다. 4년 전 계약서에 숨은 옵션이 있었다. FA를 선언하지 않는 대신 두산과 우선 협상 기간을 가지지만, 결렬될 경우 조건 없이 풀어준다는 옵션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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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은 2022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년 최대 115억원(계약금 55억원, 연봉 55억원, 인센티브 5억원)에 계약했다. 2025시즌이 끝나고 계약이 만료됐다.
하지만 김재환은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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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은 지난 4년 간 OPS(출루율+장타율) 0.788에 75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OPS 0.758에 13홈런을 쳤다. 몸값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기에 두산에 남아 백의종군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면에 대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FA 포기는 철저하게 계산된 행보였다. 2021년 겨울 계약 당시 김재환 측은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발판으로 선수에게 유리한 조항을 삽입했다. 계약이 끝나면 두산에 우선 협상권을 주되, 만족스럽지 않으면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김재환을 무조건 잡아야 할 두산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넓지 않았다.
두산은 보류선수명단 제출 시한인 25일 밤까지 김재환과의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김재환이 안타를 날린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30/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 5회말 1사 1,3루 두산 김재환이 3점홈런을 치고 조성환 감독대행의 환영을 받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25/
결국 김재환은 FA가 아닌 보상 없는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됐다. 김재환이 FA로 정직하게 나왔다면 B등급이다. 두산은 김재환 올해 연봉(10억원) 100%에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1명을 뽑거나, 연봉 200%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재환이 조건 없이 풀리면서 이 모든 보상은 사라졌다. 반대로 김재환을 영입하려는 구단은 보상 없이 계약 가능하다. 김재환의 운신의 폭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야구규약 '제172조 FA획득에 따른 보상' 규정이 완전히 무력화됐다는 점.
FA 보상은 리그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김재환 측은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별건 계약을 통해 이 취지를 피해갔다.
선례로 남으면 위험할 수 있는 최초 사례다.
앞으로 협상에서 구단보다 우월적 위치에 설 수 있는 대어급 선수들은 소위 '김재환 옵션'을 필수로 넣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꼭 잡아야 하는 구단들로선 난처해지지 않을 수 없다.
'FA 원 소속팀 우선 협상'은 유명무실하다고 해 2016년에 이미 폐지한 제도다. 두산을 위해 선심 쓰듯 명시됐던 우선 협상 기간도 협상 결렬에 따라 유명무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