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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김민하 "'살 안 빼서 안돼' 비난 자극제돼..정형화된 美 추구 안해"('태풍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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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민하(30)가 "날씬하지 않아서, 성형을 하지 않아서 안 된다는 평가가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하가 지난달 26일 오후 열린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장현 극본, 이나정·김동휘 연출) 인터뷰에서 IMF 시대를 살아낸 태풍상사의 영업사원 오미선을 연기한 소회를 전했다.

김민하는 "미선이라는 캐릭터에 유독 공감이 많이 됐다. 미선이를 통해 나의 20대를 많이 생각했고 실제로 내가 20대 때 썼던 일기를 찾아보기도 했다. 20대 때 김민하는 연기를 너무나 원하고 잘하고 싶었다. 미선이가 상사맨이 되고 싶은 꿈을 꾸는 것처럼 나도 그랬다. 그러한 미선이 너무 기특했다. 간절한 만큼 무너졌을 때 너무나 애달파하고 슬퍼하고 또 잘되면 누구보다 기뻐하는 미선의 모습이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그는 "물론 지금도 매일 일희일비하게 살고 있지만 20대 때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무렵 일희일비가 가장 심했다. 지금은 그때보단 조금 무덤덤해진 것 같기도 해서 그 때의 내 모습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고 웃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20대의 김민하를 잘 버틴 것 같다. 너무 힘든 내 상황을 인정했다가도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너무 힘들더라. 그저 견뎠다. 배우라는 직업이 되고 싶다고 바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고 막연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다. '나는 소질이 없는 건가?' 자책하기도 했고 자존감도 정말 낮아졌는데 그런 내 과거가 미선에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힘들었던 20대를 딛고 날개를 단 김민하는 기존의 K-드라마에서 보인 여주인공과 결이 다른 매력으로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었다. 김민하는 "'태풍상사' 의상도 특별했다. 의상팀이 애플TV+ '파친코'를 함께 했던 팀이었다. 워낙 내 체형을 잘 알고 스타일도 잘 아는 팀이다. 90년대 느낌을 과하게는 아니더라도 한 두 스푼을 넣고 싶다고 요청을 했고 헤어와 메이크업 같은 경우도 많이 하지 않길 바랐다. 미선은 기본적으로 일을 좋아하고 자신의 삶에서 일과 가족에 외에는 관시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수수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가끔은 촬영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메이크업을 지우려고 하면 클렌징 티슈에 메이크업이 하나도 안 묻어날 정도였다. 그 정도로 화장기 없는 내추럴한 모습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자연스러운 미선의 모습이 가장 예쁜 것 같아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김민하는 "사람들 각자마다 고유의 매력과 꿈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내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는 것을 아예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남들과 비교하다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는데 그런 비교는 20대 때 끝난 것 같다. 내 모습이 나일 때 가장 예쁜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캐릭터로 연기를 하면 시청자도 좋아해주지 않을까란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특히 요즘 시리즈나 드라마 주인공들을 보면 외모가 출중해야 하는 시대가 끝난 것 같다. 어떤 모습이라도 모두가 다 예쁘고 매력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똑같은 시선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있나 싶더라"며 "예전에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넌 안 될거야' '그런 것을 안 했으면 좋겠어' '살 안 빼서 안돼' '성형 안 해서 안돼' 등 온통 '안돼'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게 정말 자극제가 됐다. 그래서 나는 더욱 정형화된 미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강태풍 역의 이준호와 호흡도 언급했다. 김민하는 "너무 좋았고 편했다. 이준호와 촬영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았다. 나보다 훨씬 연예계 선배이지 않나? 뭘 크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특유의 듬직한 면모가 있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받아주고 '민하야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며 열어줬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준호와 풋풋한 청춘 멜로를 펼친 것에 대해 "최고로 담백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보는 사람들이 봤을 때 간질간질거리고 예뻐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나도 연애할 때 아양을 떨거나 애교를 부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최대한 담백하게 그려내자 다짐했다. 강태풍과 오미선은 20대 청춘들이지 않나? 서로 장난치고 꽁냥꽁냥하는 모습이 예쁘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다 보니 방송에서도 편하게 나온 것 같다. 태국 에피소드에서 미선이에게 스킨십을 하려던 태풍이를 밀쳐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도 촬영하면서 웃음이 많이 터졌다. 그 장면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너무 웃기더라. 서로 욕심을 낸 장면이기도 하다. 또 휴가 에피소드가 나온 14회에서는 미역을 드는 태풍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방송에 담긴 장면은 진짜 웃음이 터진 상태 그대로였다. 기본적으로 '태풍상사' 식구들은 모이면 애드리브 잔치다"고 말했다.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준호, 김민하, 김민석, 권한솔, 이창훈, 김재화 등이 출연했고 장현 작가가 극본을, '쌈, 마이웨이' '좋아하면 울리는' '마인'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이나정 PD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달 30일 종영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