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표면에서 바람과 먼지 등으로 형성된 전하에 의해 번개가 치면서 발생하는 소리와 전기 신호가 미항공우주국(NASA) 화성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에 처음으로 포착됐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우주물리학·행성과학 연구소(IRAP) 바티스트 시드 박사팀은 27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퍼서비어런스 탑재 마이크가 수집한 28시간 분량의 녹음을 분석, 번개가 55차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전자기·음향 신호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오랫동안 제기돼 왔지만 직접 입증된 적이 없는 화성 대기의 전기적 활동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이는 화성의 대기 화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탐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계에서 번개와 전기 활동은 지구뿐 아니라 토성과 목성에서도 발생한다. 화성의 경우 표면에서 바람이 일으키는 먼지 회오리, 모래 폭풍 등으로 전하가 발생할 수 있어 전기 활동이 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화성 대기의 전기적 활성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화성 표면의 화학반응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로봇 탐사와 유인 탐사 임무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화성 표면의 전기 활동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퍼서비어런스의 탑재 장치 슈퍼캠(SuperCam) 마이크가 지구 3.76년에 해당하는 2화성년(Martian years) 동안 수집한 28시간 분량의 음향 기록을 정밀 분석했다.
음향 기록 속에 짧은 방전현상 주변에서 만들어지는 '딱' 소리와 같은 전자기적 스파크 신호와 방전에 의한 마이크 전원선 간섭 신호, 방전 시 발생하는 스파크 의한 음향 충격파 신호 등 3가지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를 번개로 분류했다.
그 결과 지구 1천374일에 해당하는 2화성년 동안 퍼서비어런스 주변에서는 모두 55차례 번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55건의 번개 가운데 54건은 연구 기간에 측정된 바람의 강도가 상위 30%에 해당할 만큼 강한 바람이 불 때 발생했으며, 이 중 16건은 퍼서비어런스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먼지 회오리가 일었던 2차례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바람과 그에 의한 먼지 회오리와 모래폭풍 등이 번개에 필요한 전하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과 함께 마이크 범위 밖 더 먼 곳에서 더 낮은 에너지의 번개가 발생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측 결과는 화성의 대기가 전기적으로 활성화돼 있으며, 특히 화성 전체에 먼지가 많은 시기보다는 국지적으로 먼지가 발생하는 시기에 전기 활동이 더욱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전기 활동은 산화 조건을 강화해 유기물 보존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탐사 장비와 우주비행사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화성의 전기 현상과 그 화학적 영향 연구를 위해 전용 관측 장비와 개선된 대기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출처 : Nature, Baptiste Chide et al., 'Detection of triboelectric discharges during dust events on Mar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73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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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