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일하게 맞추는 '1인1표제'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이견을 조율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다.
1인1표제가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 효과를 가져오고, 당내 절대소수인 영남권 당원들을 의사 결정 구조에서 배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지구당 부활, 대의원 권한 확대 등 여러 아이디어가 테이블에 오른다.
여러 구상을 당장 실현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인 데다 그간 1인1표제 도입에 신중론을 펴온 의원들도 이 제도의 명분인 '당원주권주의 확대'에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1인1표제는 논란 속에서도 관철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대의원 역할 재정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연다. TF는 1인1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이 최종 의결될 중앙위(12월 5일) 전까지 당내 여론을 수렴하고 절충안을 찾기 위해 가동된다.
조승래 사무총장이 단장인 TF엔 강득구·윤종군·김문수 의원 등 앞서 1인1표제에 대해 우려 의견을 표명했던 의원들도 포함됐다. 당헌·당규 개정 전 반발 여론을 다독여 '졸속 추진' 비판을 불식하겠다는 당 지도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TF는 우선 집중할 의제로 '영남 배려'를 꼽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인1표제를 도입했을 때 소수에 그치는 영남 당원들이 당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보완책을 찾자는 취지다.
이에 우선 ▲ 대의원의 당무위원·중앙위원 선출 권한 부여 ▲ 정책 관련 투표권 보장 ▲ 지구당 부활 등의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다.
대의원이 당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당무위원 또는 중앙위원을 선출할 권한을 가지면 1인1표제에 따른 대의원제 폐지 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고, 당의 정책 결정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지역 풀뿌리 정치 기반인 지구당의 경우 2004년 정당법 개정으로 폐지됐으나 이후 정치개혁 논의 과정에서 꾸준히 등장한 의제다. 영남 등 취약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보장하고 지역 대표성을 지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지구당 부활론에 담겨 있다.
TF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인1표제로 인해 대의원에게 특별한 역할이 없어질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대의원이 당원을 대의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 한다"며 "지구당을 부활해 사무실을 마련하고 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대의원들에게 정당 활동 기반을 좀 더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 지역 대의원 표 가치를 보정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원외위원장은 "영남 등 험지 당원들의 자부심을 살릴 장치가 필요하다"며 "영남지역 대의원에게 일부 보정 비례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보완책이 현실화하기엔 난관이 적지 않다.
당장 지구당 부활은 정당법 개정 사안이라 야당과의 논의가 필요해 단기간 추진이 어렵다. 영남 표 보정 방안 역시 1인1표제 취지에 반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당 정책 결정에 관한 대의원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1인1표제 도입으로 대의원 표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를 만회할 정도의 보상책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다음 달 5일 중앙위에서도 1인1표제 반대론이 적지 않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미 한 차례 미룬 중앙위에서도 최종적인 당헌·당규 개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마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 의원은 "1인1표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헌·당규 개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1인1표제 카드를 철회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는 관측이다.
TF의 또 다른 관계자는 "1인1표제에 대한 당원 전반의 여론은 매우 호의적"이라며 "당원주권 확대 방향으로의 결론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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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