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박찬호가 오히려 저렴해보이는 이 시장 추세는 도대체 뭔가.
올시즌 FA 최대어는 유격수 박찬호와 강타자 강백호로 압축됐다. 특히 시장 개장 전부터 박찬호 몸값 이슈로 뜨거웠다. 좋은 선수는 맞는데, 과연 4년 기준 100억원 얘기가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 논쟁이 시작된 것.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박찬호 100억원설이 등장하며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결국 박찬호는 올해 FA 시장 1호 계약자가 됐다. 두산 베어스가 총액 80억원을 안겼다. 전액 보장에 계약금이 무려 50억원. 엄청난 계약이었다. 100억원 불은 꺼졌지만, 계약금 때문에 시장 질서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오히려 박찬호 계약이 합리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시장 중반부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몸값이 말이 되느냐'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한화 이글스와 100억원 계약을 한 강백호, LG 트윈스와 65억원에 합의한 박해민, 50억원에 KT 위즈와 도장을 찍은 김현수는 논외로 해도 될 듯 하다. 오버페이를 떠나 이 선수들은 영입 경쟁이 벌어졌고, 또 확실한 무기와 성과를 낸 선수들이다.
기름은 최원준(타자)부터 제대로 부어졌다. 올시즌 타율 2할4푼2리에 그치며 FA 재수가 예상됐던 최원준이 KT와 총액 48억원에 전격 합의를 한 것이다. 박찬호 계약보다 시장을 술렁이게 한 대반전이었다.
여기에 투수 이영하까지 최대 52억원이라는 놀라운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두산은 27일 이영하와 4년 최대 52억원에 사인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금 23억, 연봉 총액 23억, 인센티브 6억원의 조건이다.
이영하는 감독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투수다. 선발, 불펜 전천후로 뛸 수 있으니 활용 가치가 높다. 성적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성적이 뒷받침 돼줄 때 설득력이 생긴다. 이영하는 2019년 17승 커리어하이를 찍은 후 6년 동안 딱히 'FA 대어' 칭호를 들을만한 성적을 보여준 시즌이 단 한 번도 없다. 승수로는 6승이 최다, 홀드로는 올해 14홀드가 가장 많다. 그나마 올해 예비 FA 시즌 73경기를 뛰며 내구성을 입증했다는 정도인데 그것만으로 몸값이 50억원까지 오를 수 있느냐 묻는다면 영입전에 참전한 팀 제외 '미쳤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3할을 칠 수 있고, 30도루가 가능하며, 무엇보다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를 하는 선수가 80억원을 받고 난리가 났었는데 다른 선수들의 몸값을 보니 '오버페이' 논란은 이제 쏙 들어갈 듯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