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구팀 "'신석기 농경민이 유럽에 고양이 도입' 기존 이론 뒤집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집고양이(Felis catus)는 북아프리카 들고양이(Felis lybica lybica)의 후손으로 신석기 시대에 농경민과 함께 유럽에 들어왔다는 통념과 달리 2천여년 전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도입됐다는 고대 고양이 DNA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로마 토르베르가타대 클라우디오 오토니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8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유럽·아나톨리아(현 튀르키예) 유적에서 나온 1만1천년 전 고양이 등 고대 고양이 70마리와 이탈리아·북아프리카 등에서 확보한 현대 야생 고양이 17마리의 게놈을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모든 현대 고양이는 현재 북아프리카와 근동 지역에 서식하는 아프리카들고양이(African wildcat)로부터 유래했다.
그러나 고고학적 유물이 부족하고 고대 골격만으로는 야생 고양이와 길들여진 집고양이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 집고양이의 기원과 확산 경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키프로스에서 발견된 기원전 7천500년 인간-고양이 합장묘는 고양이 길들이기가 9천500년 전 지중해 동부 레반트 지역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반면, 이집트 고대 예술과 동물 매장 유물은 3천500년 전 파라오 시대 이집트에서 길들이기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최근의 고대 고양이 DNA 연구들은 고양이가 현재의 튀르키예 지역에서 6천400년 전 신석기 농경민과 함께 유럽으로 확산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하지만 유적에서 발견된 고양이들이 실제로 길들여진 고양이였는지, 아니면 서로 다른 야생 고양이였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유럽과 아나톨리아(현 튀르키예) 유적지에서 발견된 1만여년 전 고양이 등 고대 고양이 70마리와 이탈리아(사르데냐 포함), 불가리아, 북아프리카(모로코·튀니지)에서 확보한 현대 야생 고양이 17마리의 게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집고양이는 레반트 지역이 아니라 북아프리카에 서식하던 북아프리카 들고양이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크며, 진정한 의미의 집고양이는 신석기 이후 수천 년이 지난 다음 유럽과 서남아시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럽과 튀르키예에서 발견된 더 이른 시기의 고양이들은 유전적으로 유럽 들고양이(Felis silvestris)였다며 이는 초기 길들이기가 아니라 고대 야생 고양이들의 교잡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아프리카 집고양이는 유럽에 유입된 뒤 로마 군사 경로를 따라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서기 1세기께에는 영국에도 도달했다.
또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고대 야생 고양이와 현대 야생 고양이는 모두 현대의 집고양이보다 북아프리카 야생 고양이와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르데냐 야생 고양이가 초기 집고양이의 후손이 아니라 서기 1천년께 사람들이 고양이가 없던 이 섬에 북아프리카 야생 고양이를 가져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집고양이 발상지가 북아프리카임을 밝혀내고 이들이 신석기 시대에 유럽에 유입됐다는 기존 견해를 뒤집어 그 시기를 수천 년 뒤로 늦춘다며 이는 가장 수수께끼 같은 반려동물인 고양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준다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Marco de Martino et al., 'The dispersal of domestic cats from North Africa to Europe around 2,000 years ago', https://doi.org/10.1126/science.adt2642
scitec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