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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0도 가능해요"…흥행 IP로 계속 달리는 시즌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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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모범택시3' 시청률 두 자릿수 돌파…'시그널2'·'굿파트너2' 내년 방영
매력적인 캐릭터·탄탄한 세계관·두터운 팬층 바탕…"성공여부, IP와 이야기 확장성"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흥행력 있는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 시즌제 드라마들이 방송가에서 시청자를 사로잡는 '치트키'가 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첫 방송한 배우 이제훈 주연의 SBS 드라마 '모범택시3'는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2021년부터 방영된 이 시리즈는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 분)와 무지개운수 팀원들이 억울한 피해자들 대신 사이다 같은 복수 대행극을 펼치는 이야기다. 시즌1과 시즌2에서 각각 최고 시청률 16%, 21%를 기록하며 연속 안타를 쳤다.
벌써 세 번째 시즌이지만 이번에도 반응이 심상찮다. 지난달 29일 방영된 4회에서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1.6%를 기록하며 방송 2주차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를 넘겼다.
실제 일어났던 범죄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사건, 매 시즌 더 강력해지는 빌런(악당)을 해치우는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 의뢰받은 사건에 맞춘 김도기와 무지개운수 식구들의 다채로운 부캐(부가캐릭터) 변신 등에 힘입어 탄탄한 팬층을 형성한 결과다.
주인공인 배우 이제훈은 "시즌1·2를 하면서도 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시즌3까지 만들 수 있었던 건 시청자들의 사랑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이 시즌제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유는 앞선 시즌을 통해 확보한 두터운 팬층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이 보장되고, 흥행이 검증된 IP를 최대한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범택시3'의 연출을 맡은 강보승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모범택시는 시즌10까지도 충분히 가능한 메가 IP"라며 "세계관이 탄탄하고, 주인공이 피해자 대신 복수를 해준다는 직선적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이전 시즌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의 중간 유입도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범택시' 시리즈의 선례를 보며 첫 공개 당시 반응이 좋았던 다른 작품들도 잇달아 시즌제 제작에 도전하고 있다.
'과거에서 온 무전'을 통해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는 세계관으로 '웰메이드'라는 찬사를 받았던 이제훈·김혜수·조진웅 주연의 tvN '시그널'(2016년)은 10년 만인 내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다.
또 이혼 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작가의 실제 재판 사례를 극본에 녹여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한 장나라 주연의 SBS '굿파트너'(2024년)도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내년 중 방영을 계획하고 있다.
평범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전설적인 협상가 신사장(한석규)이 각종 분쟁을 해결하는 내용의 tvN '신사장 프로젝트'(2025년)도 시즌2 제작을 논의 중이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매력적인 캐릭터, 탄탄한 세계관, 두터운 팬층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 개성 강한 주인공이 매회 다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에피소드 형식의 작품들이란 점에서, 시즌제 제작을 위한 스토리 확장이 더욱 용이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방송가의 추세는 방송사보다 앞서 활발하게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해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의 영향이 크다.
다른 플랫폼에는 없는 오리지널 IP를 활용한 시즌제 드라마는 OTT 신규 구독자 유입과 충성 고객 유치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됐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팬덤이 있는 원작 웹툰과 이를 잘 구현한 컴퓨터그래픽(CG), 주인공 유미 역을 맡은 김고은의 호연 등을 바탕으로 시즌2까지 제작됐고, 현재 시즌3를 준비하고 있다.
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의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도 내년 공개를 목표로 시즌2를 제작 중이고, 현빈·정우성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디즈니+의 기대작 '메이드 인 코리아'는 시즌1 공개도 전에 벌써 시즌2를 확정했다.

다만 모든 시즌제 드라마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즌제 드라마는 앞서 성공했던 시즌과 비교 대상이 되면서 평가가 더 까다로워지는 사례가 많고, 시즌3 이상의 장기 시리즈가 되면 스토리 확장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실제로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의 경우 16.8%의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최고 27.1%를 기록한 시즌2를 넘어서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나 '스위트홈' 역시 시즌3에선 다소 힘을 잃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결국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 여부는 좋은 IP와 이야기의 확장성에 달려 있다"며 "아무리 탄탄한 세계관을 갖고 있어도 전작을 넘어설 만큼 흥미로운 스토리가 나오지 않으면 시청자의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gahye_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