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주황빛' 물결이 모처럼 부산을 뒤덮고 있다.
다만 무대가 달라졌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웠던 '봉다리' 응원이 이제 부산 강서체육관을 꽉 채운 주황색 유니폼의 물결로 바뀌었다.
사직구장에서 일회용품 사용금지의 명목으로 '주황 봉다리'가 퇴출된 것은 지난 2020년이다.
그로부터 5년, OK저축은행은 진에어 2025~2026시즌부터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겨 다시 한번 부산을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응원단과 별개로 객석 곳곳에 자체 '콜리더'들이 출몰해 각자 다른 리듬으로 홈팀을 응원하는가 하면, 상대팀의 응원에 맞대응하는 모습 또한 그 때 그 시절, 사직구장과 닮아 있다.
새 시즌 시작과 함께 강서체육관은 연일 배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전은 4067장의 좌석 티켓이 모두 팔렸다.
그러고도 추가 티켓 문의가 쏟아져 OK저축은행은 입석표까지 판매했다. 그 결과 총 4302명의 관중들이 복도까지 가득 메웠다. 홈 개막전이었던 지난 9일 대한항공전(4270명) 이후 올시즌 2번째 매진이자 최다 관중이다.
OK저축은행의 득점마다 뜨거운 함성이 몰아쳤다. 강서브가 주특기인 디미트로프와 신장호 등이 서브를 넣을 땐 현장의 공기가 크게 출렁였다. 특히 OK저축은행이 2, 3세트 24점을 선점하자 현장을 꽉 채운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세트 포인트!"를 합창하는 장관도 연출했다. 뜻밖의 열기에 고무돼 연신 현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관중들도 눈에 띄었다.
OK저축은행 측도 한껏 들떠있다. 한 관계자는 "확실히 응원의 힘이 남다르다. 함성이 터질 때마다 코트 위의 선수들이 힘을 얻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며 감탄했다.
구단 측은 이날 유료 관중 선착순 2000명에게 OK저축은행의 주황색 홈 유니폼을 제공하는 한편, 'OK 읏맨 서포터즈 통장'을 개설하는 관중에게 응원 티셔츠와 메탈키링, 스트레스 해소 인형을 증정하는 등 배구 열기에 한층 더 불을 질렀다.
2005년 V리그가 창설된 이래 올해로 20년, 부산은 배구의 불모지였다. 대부분 팀들의 연고지는 수도권에 집중됐고, 과거 경북 구미(남자부 LIG)나 현재 김천(여자부 도로공사)에는 배구팀이 자리잡았지만 부산은 철저하게 소외당했다.
이에 주목한 OK저축은행은 12년 간 몸담았던 안산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출신의 홍보-마케팅 전문가 권철근 OK저축은행 단장을 중심으로 부산의 시장성을 주목한 결과였다. OK저축은행의 합류로 부산시는 국내 4번째로 4대 프로스포츠를 모두 보유한 도시가 됐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부산의 배구 열기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을 파악했고, 이는 연고이전의 자신감이 됐다. 삼성화재가 자리잡은 대전 이남 유일의 남자배구단이라는 사명감도 남달랐다.
연고 이전을 앞두고 백전노장 신영철 감독을 선임했고, 슈퍼스타 전광인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신영철 감독은 지난 27일 삼성화재전 승리를 통해 V리그 최초 감독 통산 300승을 달성했고, 이날 우리카드마저 잡아냈다. 전광인도 공수에서 팀을 지탱하는 대들보 역할을 하며 기대에 100% 부응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응원 문화로 다져진 부산 팬들이 배구장으로 이동했다. 응원 열기 하나만큼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은 과제는 좋은 성적 뿐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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