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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김 부장’ 통해 연기 재미 되찾은 명세빈 “제 2의 전성기 즐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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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박하진 역을 맡아 이 시대 아내들의 마음을 깊이 건드린 명세빈이 50대를 맞아 다시 시작한 인생 2막, 그리고 "연기는 여전히 내 길"임을 확인한 뜨거운 변신기를 털어놨다. 최종회 시청률 수도권 8.1%, 전국 7.6%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경신한 가운데 명세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내 연기 인생이 다시 열렸다"고 표현했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그는 "결말이 너무 좋았다. 시청자분들이 '용두용미'라고 말해준 것이 감사했다"며 "처음의 답답함과 현실적 고통이 마지막에 가서 생각할 여지를 준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초반에는 성적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고 솔직히 밝혔다. "원작도 좋고 감독님도 좋고 류승룡 배우와 함께하는 작품이라 내심 기대했었다. 그런데 초반 반응이 생각보다 조용해서 '왜 이럴까' 고민도 들었다. 너무 하이퍼리얼리즘이라 보는 분들이 감당하기 버거웠던 건 아닐까 싶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시청률이 첫 회 대비 2배 이상 상승하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동료 배우들이 스피커폰으로 전화해와서 '우리 드디어 김부장이 됐다'며 난리가 났다. 함께 부딪힌 적은 없지만 서로 동지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명세빈을 이번 작품의 중심으로 이끈 건 단순한 '아내 캐릭터'가 아니라 중년의 고민을 안고 버티는 50대 여성의 깊은 내면이었다. 그는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의 리얼함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감독님과 아내분의 이야기도 듣고 부부라는 관계가 쌓아온 바이브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하진의 사랑을 '판타지'가 아니라 "짠해서 버릴 수 없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엔딩씬에서 하진이 낙수에게 '넌 왜 이렇게 짠하냐' 하는데 그 한마디에 다 담겨 있더라. 버릴 수 없는 마음이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은 명세빈의 20대 연기 변신도 화제를 모았다. 배꼽티, 미니스커트 등 강한 자기표현을 원하는 '날라리 대학생 하진'의 모습은 큰 반응을 불러왔다. 그는 "가발을 쓸까 고민하다가 오히려 실제 하진 캐릭터에서 머리를 자르는 쪽을 택했다. 나이 들어서도 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렇게 못 살아봐서 더 즐겁게 준비했다"며 웃었다. "20대 하진은 자기PR이 강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수십 벌을 입어보고 배꼽티도 통바지도 선글라스도 시도했다. 현실의 나는 그런 스타일을 해본 적 없어서 오히려 신나더라."

하지만 명세빈의 진짜 이야기는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는 이번 작품 전까지 연기 인생의 방향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음을 털어놨다. "40대 중반이 되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한다더라. 나도 그랬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연기자가 아니면 난 뭘 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했다." 아프리카 봉사에서 아이들을 보며 "내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던 순간도 있었다. "연기자라서 상황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달란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 고민 속에서 선택한 것이 바로 '꽃'이었다고. 그는 "꽃을 배우면서 다른 인생을 그려볼까 하고 있었는데 '닥터 차정숙'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명세빈에게는 '연기를 계속 하라'는 신호였다. "캐릭터 변신과 연기자 변신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 작품을 통해 다시 느꼈다. 아, 나는 결국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명세빈은 마치 봉인 해제된 사람처럼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예능 출연도 그 중 하나다. "예능은 너무 어렵다. 어떻게 해야 잘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실수해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신비주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니까 오히려 연기에서도 더 유연해졌다"고 전했다.

명세빈은 "'김 부장 이야기'를 하면서 제 삶의 생각이 확장됐다"고 전했다. "50대가 되면 끝난 것 같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일어설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긴다. 나도 그 시기를 지나오면서 많이 흔들렸는데, 이 작품이 다시 도전할 용기를 줬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명세빈은 "제2의 전성기"라는 말에 부담보다 감사함을 느낀다. "요즘은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 느낌이다. 20대를 돌아보며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재미있게 연기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진을 사랑해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저도 이 작품을 하며 위로를 많이 받았다. 앞으로도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