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하늬(42)가 "하정우 감독에게 2주만 쉬게 해달라고 했는데, 대차게 까더라"고 말했다.
코미디 영화 '윗집 사람들'(하정우 감독, 싸이더스·워크하우스컴퍼니 제작)에서 아랫집 부부 이현수(김동욱)·임정아(공효진)에게 섹다른 경험을 나누고 싶은 김선생(하정우)의 아내 최수경을 연기한 이하늬. 그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윗집 사람들'의 출연 과정을 설명했다.
이하늬는 "나는 정말 보수적인 유교걸이다. 그래서 '윗집 사람들' 속 대사 중 어떤 단어는 차마 이해하지 못한, 낯선 단어들의 향연이었다. 이걸 내가 잘 소화해서 입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내게 이 작품은 19금이 아니라 39금의 영화였다"며 "실제로 이해를 못한 단어를 자체적으로 검색을 하기도 했고 조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조감독이 영화 속에 나오는 부부의 예를 엄청 검색하고 실제 그런 분들을 만나기도 해서 우리에게 정보를 주기도 했다. 자유로운 성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우리가 다 직접 경험할 수 없으니까 인터뷰 내용을 보며 참고했다"고 웃었다.
그는 "이 작품의 제안은 하정우 감독이 아닌 공효진 언니였다. 시나리오 자체를 공효진 언니가 줬다. 효진 언니가 시나리오를 주면서 '네가 하면 어떨까 싶은데 한 번 봐줘'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이 작품을 제안 받기 전 너무 달려서 쉬려고 했던 타이밍이었다.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을 끝낸 뒤 쉬려고 했는데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가 바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상황이었고 '애마'에서 사고가 나서 다쳤는데, 곧바로 SBS 드라마 '열혈사제2'가 들어간다고 해서 못 쉰 상태였다. 거기에 아시다시피 첫째 출산하고 다시 둘째를 임신하지 않았나. 작품을 제안해준 효진 언니한테 정말 미안하지만 당시엔 가족들과 너무 같이 있고 싶어서 2주만 시간을 보내고 합류하면 안되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가차 없이 하정우 감독이 '안 된다'며 나를 깠다"고 밝혀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이어 "보통 섭외하고자 하는 배우가 2주 정도 시간을 달라고 하면 '그래, 쉬고 나와'라고 할 법도 한데, 너무 가차 없이 까여서 처음에는 당황했다. 거절을 듣고 '2주도 안돼? 1주 반도 안 될까?'했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 하더라. 그 당시에는 가족과 시간이 너무 간절해서 나도 어쩔 수 없다며 마음을 접기도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고 이건 한국 영화에 획을 그을 것 같은 포인트가 될 것 같은 영화라 생각해서 계속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이후에는 효진 언니랑 내가 아닌 다른 배우 캐스팅을 같이 논의 하기도 했다. 나 대신 누구에게 캐스팅이 갔는지 물어보며 꽤나 진지하게 제작진처럼 논의를 하기도 했다. 효진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작품을 더 하고 싶더라. 미련이 남았고 내가 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내게 기회를 달라고 했고 남편에게도 한 번만 더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가족들의 정말 많은 서포트를 받아야 되는 직업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됐다. 비단 남자, 여자 배우가 아닌 엄마, 아빠의 차이인 것 같다. 엄마는 아이를 낳고 일을 해야 할 때 마음에 남는 부재가 있더라. 실제로 이 작품은 남편과 같이 원작을 봤는데, 영화 완성본을 시사회 때 보더니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한줄평을 남겨주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하정우 감독에게도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대차게 깔 필요가 있었냐'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는 하정우 감독도 차기작 드라마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있어서 딱 그 시기 아니면 '윗집 사람들'을 만들 수 없다고 하더라. 또 하정우 감독에겐 정말 너무 소중한 작품인데, 이 작품을 배우가 잰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정우 감독이 이 작품을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생각했구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내가 소중한 것을 상대도 소중하게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에 내 제안을 거절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가 출연했고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에 이어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오는 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