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수원FC 위민 미드필더' 송재은이 스물여덟의 나이에 꿈의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송재은은 지난달 신상우 감독이 유럽 2연전을 앞두고 발표한 여자축구 A대표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오주중 1학년 때 축구선수의 길에 들어선 이후 첫 태극마크다.
신상우 감독은 29일(한국시각) 스페인 말라가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데 말라가CF에서 열린 웨일스(FIFA 랭킹 32위)와 평가전에 송재은을 선발로 내세웠다. 4-2-3-1 포메이션에서 '더블 볼란치' 자리에 김신지(레인저스)와 호흡을 맞추며 전반전을 소화했다. 한국(FIFA랭킹 21위))은 이날 전반 웨일스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23분 장슬기의 택배 크로스에 이은 김민지의 헤더, A매치 데뷔골에 힘입어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첫 태극마크와 동시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송재은은 수원FC위민 박길영 감독이 믿고 써온 베테랑 미드필더다. 스물여덟의 늦깎이 태극마크 소식을 여자아시아챔피언스리그(AWCL) 출전을 위해 나갔던 미얀마에서 들었다. 송재은은 "인스타그램으로 명단을 확인했다. 늘 그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는데, 내 이름이 있는 걸 보니 처음엔 얼떨떨했고 정말 기뻤다"며 했다.
고려대 17학번인 송재은은 볼 키핑, 킬패스 능력, 폭넓은 시야를 갖춘 영민한 미드필더다. 20세 월드컵을 앞두고 연령별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던 시기, 오른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이 찾아왔고, 같은 부위를 3번 연거푸 다치는 불운에도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다. 수원 입단 이후 2023년에도 수술대에 오르는 시련이 닥쳤지만 단 한번도 축구를 포기한 적 없다. 오랜 재활을 거쳐 오뚝이처럼 일어날 때마다 그녀는 더 단단해졌다.
지난해 수원FC의 우승을 이끈 송재은은 올해, 베테랑들이 줄줄이 떠난 수원FC 위민 그라운드의 중심이었다. 수원은 지난달 15일 미얀마에서 막을 내린 2025~2026 AWCL 조별리그서 미얀마 ISPE WFC(미얀마)에 5대0 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에 0대3패, 일본 베르디 벨레자와 0대0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3위(승점 4),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았고, 기적같은 8강행에 성공했다. 난생 처음 AWCL 무대를 밟으며 그녀는 또 한번 성장했다. 송재은은 "미얀마 팀과의 첫 경기가 어찌 보면 가장 힘들었다. 1만명 가까운 관중 앞에서 경기를 했다. 그렇게 많은 관중도 처음이었고, 골득실까지 생각해야 해서 다득점 승리가 필요한 경기라 부담도 컸다"고 돌아봤다. "북한 내 고향축구단은 소리를 엄청 지르고 진짜 거칠었다. 국가대표팀과 거의 같은 팀이라고 들었다. 전반은 그래도 잘 버텼는데 후반에 집중력이나 체력이 상대보다 떨어졌던 것같다"고 돌아봤다. "왜 졌는지 이유를 확실히 알기 때문에 다시 붙으면 안질 수 있을 것같다. 마지막 집중력 차이였지 기술적으로 밀린다는 생각은 안들었다"고 했다. 북한을 꺾은 '최강' 일본을 상대로 무승부한 데 대해 송재은은 "이기지 못해 오히려 아쉬운 경기였다"고 패기 있게 평했다. "감독님이 영상으로 전술 분석을 꼼꼼히 해주셨고,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수비적, 전술적으로 잘 준비했다. 먼저 덤비지 않고 오히려 내려서서 상대가 패스로 풀어나오지 못하게, 답답하게 했다. 역습 상황에서 오히려 우리 찬스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북한 어느 클럽에도 밀리지 않는 대한민국 WK리그의 자신감을 확인한 것이야말로 큰 소득이다.
송재은은 "국제 대회를 나간 게 연령별 대표 이후 처음이었고, 성인이 돼서 너무 오랜만에 국제대회에 나간 건데 클럽대항전인지만 국가를 대표해 나간 거란 생각에 자부심도, 책임감도 컸다"고 돌아봤다. "아시아 선수들이지만 다른나라 선수들과 뛰면서 템포도 느꼈고 그 경험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돌아봤다.
AWCL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A대표팀으로 이어갈 작정이다. '리빙 레전드' 지소연, 김혜리의 오주중-동산정보고 직속 후배인 송재은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도 거침없이 "(지)소연언니"를 꼽았다. "언니와 수원에서 함께 하면서 정말 재밌었다. (김)혜리언니도 대표팀 소집을 많이 축하해줬다. 언니들과 대표팀에서 함께 뛰는 게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세대교체가 한창인 신상우호, 20대 후반에 대표팀에 깜짝 발탁된 '사건'에 대해 송재은은 소속팀 박길영 감독을 향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올해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고 감독님이 저를 믿고 써주시다 보니 경기력과 폼이 많이 올라왔고, 그러다보니 운동장에서 공격적인 킬패스 등 내 장점을 좀더 드러낼 수 있었다"고 했다.
첫 태극마크에 대한 사명감도 또렷했다. "대표팀은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다. 내년 중요한 월드컵 예선전인 호주아시안컵도 앞두고 있다. 선수로서 당연히 월드컵에 대한 꿈도 있지만, 첫 발탁인 만큼 내 장점을 보여주고 눈도장을 찍는 게 먼저다. 대표팀에서 꼭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야무진 각오를 전했다. 그녀는 "요즘 세대교체 추세로 보면 늦게 발탁됐다 볼 수도 있지만 난 '28~32세'가 축구선수로서 가장 좋을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전성기 몸"이라고 자신했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기회가 왔다. 그 기회를 잡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끝까지 하다보면 반드시 기회의 문은 열린다. "태극마크 한번으론 안된다. 축구를 하면서 부상도 많았고 힘든 시간도 길었다. 이젠 다치지 않고 타의가 아닌 자의로 은퇴를 결심할 때까지 오래오래 좋아하는 축구를 맘껏 하는 게 선수로서의 꿈이자 목표다." 한편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은 내년 3월 열릴 '월드컵 예선전' 호주여자아시안컵에 대비한 실전 모의고사다. 신상우호는 3일 오전 4시45분(한국시각) 네덜란드 발베이크 만데마케르스 경기장에서 '2019년 FIFA프랑스 여자월드컵 준우승 팀' 네덜란드(FIFA랭킹 11위)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송재은의 A매치 데뷔전인 웨일스전은 중계가 없었지만 네덜란드전은 쿠팡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