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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할거야! 선발 시켜줘!" 159㎞ 되찾고, 수호신 거듭났는데…24세 금쪽이의 쇠고집, 美서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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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빅리그에서도 통하는 마무리의 자질을 입증했다. 하지만 사사키 로키(LA 다저스)는 여전하 선발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

사사키의 빅리그 데뷔시즌은 예상대로 순탄치 않았다. 올해 10경기(선발 8)에 등판, 36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46에 그쳤다. 특히 WHIP(이닝당 볼넷+안타 허용률)이 1.43에 달했다. 또 한명의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다저스)를 기대했던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자신의 최저연봉을 감수하고, 전 소속팀 지바롯데 마린즈에 적지 않은 금전적 손해를 입히며 감연히 미국으로 떠날 때만 해도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나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만약 사사키가 일본프로야구(NPB) 지바롯데에서 2년 더 뛰고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면, 성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야마모토처럼 막강한 계약금과 연봉을 거머쥘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그를 애지중지 키워낸 소속팀에도 충분한 포스팅 금액이 주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사키의 쇠고집으로 인한 이른 진출은 본인에겐 최저연봉과 마이너리그 계약, 6년의 서비스타임, 그리고 650만 달러(약 95억원)의 계약금만 주어졌다. 그 결과 지바롯데 역시 규정에 따라 해당 금액의 25%인 162만 달러(약 23억원)밖에 받지 못했다.

어렵게 진출한 꿈의 무대에선 현실에 부딪혔다. 사사키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오타니와 함께 160㎞ 이상의 직구를 던진 단 2명뿐인 일본 투수였다. 하지만 정규시즌 '선발' 사사키가 99마일(약 159㎞) 이상의 직구를 던진건 단 8번에 불과했다.

여기에 변화구는 엉망이었다. 애초에 압도적인 직구 의존도가 컸는데, 구속도 구위도 제구도 기대를 밑돌다보니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직구 구속의 하락은 자신감 상실, 즉 사사키의 멘털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자신의 부진에 절망하며 울기까지 하는 모습은 프로답지 않았다.

지바롯데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내구도 문제는 예상대로였다. 사사키의 매년 거듭된 메이저리그 포스팅 요청에 '아직 몸이 완성되지 않았다'며 거절 의사를 표했던 건, 소속팀 입장에선 금전적 문제와 더불어 사사키 본인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었다. 올시즌 내내 사사키가 부상에 시달린 점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시즌 막판 불펜 전환이 신의 한수였다. 9월 24일 첫 불펜 등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불펜투수의 삶이 시작됐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얼굴에 미소가 늘었고, 자신감이 점점 커져갔다.

'불펜' 사사키는 159㎞ 이상의 직구를 46개나 던졌다. 되찾은 구속과 더불어 직구와 스플리터의 제구도 살아났다. 이전까지 보기 힘들었던, 사사키의 스플리터에 헛스윙하는 타자들의 모습이 늘어났다. 다저스가 영입 당시 기대했던 그대로였다. 심지어 포스트시즌에는 '먹튀' 태너 스캇을 밀어내고 마무리까지 꿰찼다. 디비전과 챔피언십, 월드시리즈를 통틀어 8경기 10⅔이닝을 소화하며 3세이브 2홀드를 올렸고, 실점은 단 1개 뿐이었다.

다저스에 따르면 사사키의 부상 원인은 미완성된 슬라이더와 이로 인해 흔들리는 투구 메커니즘이었다. 후반기 사사키가 철저하게 직구와 스플리터의 투피치로 일관한 이유, 그리고 한시적인 불펜 전환을 받아들인 이유다.

하지만 MLB닷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사사키의 불펜행은 어디까지나 '내년에는 선발로 복귀한다'는 조건부로 이뤄진 것.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운영부문 사장은 "우린 사사키가 불펜에서 자신의 투구를 되찾길 바랐다. 사사키는 정말 좋은 선발투수가 될 자원"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사키의 선발 복귀는 구단이 아니라 전적으로 선수 본인의 의지라는 것. 애초에 불펜 도전조차 '선발 복귀' 전제가 아니었다면, 사사키를 설득할 수 없었다.

물론 '선발 도전'을 의미할 뿐 '보장'은 아니다. 앞으로 사사키는 다시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선발 한자리를 두고 경쟁해야한다. 여의치 않으면 다시 불펜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빅리그에서 선발 한자리를 따내기 위해서는 '2피치'로는 어렵다. 결국 올시즌 내내 연마했지만 실전에는 사용하지 못했던 컷패스트볼을 제대로 장착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 혹은 익숙한 슬라이더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구폼을 가다듬을 수도 있다.

체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사사키는 디비전시리즈 4차전 3이닝 투구(투구수 36개) 이후 3일간 휴식을 취했음에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최고 구속조차 98마일(약 157㎞)을 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월드시리즈에는 실점은 없었지만 마무리 보직을 맡지 못했다.

다만 다저스는 사사키와의 계약이 샐러리캡 문제로 1월까지 늦어지다보니 몸을 만드는 과정이 부족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제 충분한 휴식과 몸만들기를 위한 시간이 주어지는 만큼, 사사키의 선발 도전 역시 올해가 본격적인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