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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최저연봉을 감수하고, 전 소속팀 지바롯데 마린즈에 적지 않은 금전적 손해를 입히며 감연히 미국으로 떠날 때만 해도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나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만약 사사키가 일본프로야구(NPB) 지바롯데에서 2년 더 뛰고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면, 성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야마모토처럼 막강한 계약금과 연봉을 거머쥘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그를 애지중지 키워낸 소속팀에도 충분한 포스팅 금액이 주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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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진출한 꿈의 무대에선 현실에 부딪혔다. 사사키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오타니와 함께 160㎞ 이상의 직구를 던진 단 2명뿐인 일본 투수였다. 하지만 정규시즌 '선발' 사사키가 99마일(약 159㎞) 이상의 직구를 던진건 단 8번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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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롯데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내구도 문제는 예상대로였다. 사사키의 매년 거듭된 메이저리그 포스팅 요청에 '아직 몸이 완성되지 않았다'며 거절 의사를 표했던 건, 소속팀 입장에선 금전적 문제와 더불어 사사키 본인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었다. 올시즌 내내 사사키가 부상에 시달린 점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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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사사키는 159㎞ 이상의 직구를 46개나 던졌다. 되찾은 구속과 더불어 직구와 스플리터의 제구도 살아났다. 이전까지 보기 힘들었던, 사사키의 스플리터에 헛스윙하는 타자들의 모습이 늘어났다. 다저스가 영입 당시 기대했던 그대로였다. 심지어 포스트시즌에는 '먹튀' 태너 스캇을 밀어내고 마무리까지 꿰찼다. 디비전과 챔피언십, 월드시리즈를 통틀어 8경기 10⅔이닝을 소화하며 3세이브 2홀드를 올렸고, 실점은 단 1개 뿐이었다.
하지만 MLB닷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사사키의 불펜행은 어디까지나 '내년에는 선발로 복귀한다'는 조건부로 이뤄진 것.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운영부문 사장은 "우린 사사키가 불펜에서 자신의 투구를 되찾길 바랐다. 사사키는 정말 좋은 선발투수가 될 자원"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사키의 선발 복귀는 구단이 아니라 전적으로 선수 본인의 의지라는 것. 애초에 불펜 도전조차 '선발 복귀' 전제가 아니었다면, 사사키를 설득할 수 없었다.
물론 '선발 도전'을 의미할 뿐 '보장'은 아니다. 앞으로 사사키는 다시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선발 한자리를 두고 경쟁해야한다. 여의치 않으면 다시 불펜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빅리그에서 선발 한자리를 따내기 위해서는 '2피치'로는 어렵다. 결국 올시즌 내내 연마했지만 실전에는 사용하지 못했던 컷패스트볼을 제대로 장착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 혹은 익숙한 슬라이더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구폼을 가다듬을 수도 있다.
다만 다저스는 사사키와의 계약이 샐러리캡 문제로 1월까지 늦어지다보니 몸을 만드는 과정이 부족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제 충분한 휴식과 몸만들기를 위한 시간이 주어지는 만큼, 사사키의 선발 도전 역시 올해가 본격적인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