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준호(35)가 "항상 굶주렸던 20대 때, 지금은 많이 내려놓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이준호가 지난 2일 오전 열린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장현 극본, 이나정·김동휘 연출) 인터뷰에서 IMF라는 폭풍 한가운데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초짜 사장 강태풍을 연기한 소회를 전했다.
이준호는 "태풍이를 통해 낭만이라는 단어가 요즘 되새겨지는 것 같다. 나는 IMF 시절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해 늘 부모님의 부재를 느끼며 컸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랑 너무 같이 있고 싶어서 일 나가실 때 '나가지 마'라고 붙잡을 때도 많았다. 엄마와도 유대가 남달랐는데 메모지에 서로 편지를 쓰면서 애틋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엄마가 일을 나갈 때 메모지에 편지를 써주면 내가 학교 다녀와서 그 편지를 읽고 다시 답장을 하는, 우리만의 낭만을 쌓았다.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그러한 낭만을 많이 느낄 수 없는 것 같더라. 그래서 이 작품이 낭만을 되살려주는 작품이 되길 바랐고 그런 캐릭터가 된 것 같아 좋았다"고 강태풍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아버지를 향한 마음도 더욱 특별해졌다는 이준호는 "'태풍상사' 이후 아버지와 대화에서 건강을 자주 이야기하게 됐다. 태풍이가 아버지의 빈자리를 많이 느끼면서 가족의 사랑을 많이 깨닫게 되는 인물이다. 항상 아버지라는 존재는 유독 친밀할 수만은 없는 관계 아닌가? 다들 아버지와 아들이 그렇게 대화가 많지 않으니까 이 작품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내가 유년기 때 아버지가 항해사 일을 해서 6개월간 집에 못 들어올 때가 허다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해 유독 부재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이후에 아버지가 공무원이 되면서 집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내가 사춘기가 되면서 서먹서먹하게 됐다. 태풍이가 곧 내 모습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실제 내 모습이 '태풍상사' 이후 많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버지와 나는 서로 감정의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 가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작품이었고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려고 하고 예전보다 더 연락하고 대화를 하려 하는데 쉽진 않다. 그래도 아직 부모님께 '사랑한다'라는 말은 자주 하는 아들이긴 하다"고 고백했다.
'태풍상사'를 보내면서 치열했던 20대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는 이준호는 "내가 태풍이를 연기하면서 부러웠던 부분도 있다. '내가 20대 때 태풍이 같은 성격이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태풍이는 매사 잘 받아들이고 잘 소화하는 성격이지 않나? 나는 계획했던 일이 안 되면 '왜 안 되지?'라며 깊게 파고들었고 태풍이처럼 마냥 웃을 수만 없었던 20대였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던 때였다. 너무 낙천적인 태풍이를 연기하면서 '저래도 되나?'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고 웃었다.
그는 "그래도 예전과 지금 달라진 점은 분명히 있다. 확실히 군 복무 전과 이후가 나뉘는 것 같다. 군 입대 전에는 어렸던 20대이기도 했고 무언가를 더 갈망하고 표현하고 싶고 항상 굶주린 때였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온 뒤 돌아보니 예전보다 내려놓은 내 모습이 보이더라. 전보다 편안하게 마음 먹고 힘을 더 빼는 과정인 것 같다. 다만 그걸 알게 된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당시의 나보다 더 잘할 자신은 없다. 그때 나는 정말 열심히 했고 다 쏟아 부었다는 생각이 확실히 있다. 잘 가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고 소신을 전했다.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준호, 김민하, 김민석, 권한솔, 이창훈, 김재화 등이 출연했고 장현 작가가 극본을, '쌈, 마이웨이' '좋아하면 울리는' '마인'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이나정 PD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달 30일 종영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