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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에 배구에 눈떴다…배구도사가 바라본 2m1 거포의 눈물겨운 성장기 "실력의 절반은 자신감" [SC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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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말 대단한 재능이다. 그 동안 왜 이렇게 못했는지 모르겠다."

OK저축은행이 달라졌다. 연고지 이전으로 인한 부산의 뜨거운 응원 덕분일까. 전보다 팀이 끈끈해졌다.

그 중심에 9년차 원클럽맨 차지환의 도약이 있다.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4.6득점으로, 지난 시즌(8.4득점)의 2배 가까운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평균 11.4득점을 올렸던 지난 2021~2022시즌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다. 매 경기 서브에이스와 블로킹 1개는 덤.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려 58.2%에 달하는 공격 성공률이다. 최근 3년간 30%를 밑돌던 공격 효율 역시 41.4%까지 끌어올렸다.

범실은 현재까지 세트당 1개를 밑돈다. 47세트에서 45개 뿐이다. 차지환이 1시즌 100세트 이상을 출전하며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2021~2022시즌 범실은 세트당 1.5개, 이듬해에는 1.19개였다. 안정감이 올라간 만큼 팀내 위치와 사령탑의 신뢰도 한껏 높아졌다.

2m1의 피지컬에 폭발적인 점프, 압도적인 스파이크 파워까지, OK저축은행을 맡는 사령탑들은 한 목소리로 향후 팀의 주축은 물론 에이스로 성장할 재능으로 점 찍었다. 하지만 매 시즌 전 한창 띄우다가 결정적 범실로 인해 웜업존으로 이동하거나, 기세가 잦아드는 일의 반복됐다. 최근 두 시즌 동안은 베스트 라인업에서도 밀려났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올해는 확실히 다르다. 토종 에이스는 물론 외국인 선수 못지 않은 클러치 능력까지 갖췄다. 시즌 최다득점(32득점)을 올린 11월 6일 한국전력전 포함 20득점 이상만 벌써 4번이나 기록했다. 모두가 기대했던 그 잠재력이 뒤늦게 터지고 있다.

앞서 오기노 마사지 전 감독은 차지환의 범실에 주목, 그의 최대 장점인 강서브를 봉인했다. 하지만 신영철 감독은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며 차지환과 디미트로프를 비롯한 주요 선수들의 강서브를 팀의 주 전략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멘토' 전광인과 함께 뛴다. 전광인은 차지환에 대한 질문에 "원래 진짜 잘하는 선수인데, 그 동안은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아마 (신영철)감독님과 잘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기본적으로 기량이 받쳐주는 선수니까 그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거다. 앞으로 더 잘할 선수고, 더 좋아질 거라 믿는다. 우리 팀을 이끌어갈 선수"라고 강조했다.

전광인은 "(국내 선수가 아닌)외국인 선수 블로킹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고, 그쪽을 피해서 때릴 필요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같은 아웃사이드히터로서 리시브와 수비에서도 많은 조언을 한다고.

"OK저축은행 오고 나서 차지환이 생각보다 수비를 잘한다고 느꼈는데, 본인은 '굉장히 못한다'고 생각하더라. 그러다보니 불안감이 커지는 거다. 수비 실력의 절반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시작하기도 전부터 50%를 빼고 하니 잘할 수가 있나. '괜찮다. 자꾸 빼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들어가서 범실을 해라. 왜 3명이 하는 리시브를 2명이 하게 만드냐'라는 얘길 해줬다."

전광인은 신진식-석진욱의 '배구도사' 계보를 잇는 선수다. 필요할 때 클러치 한방도 지니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안정된 수비력과 팀 전반을 이끄는 리더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영철 감독이 10살 아래인 신호진과의 맞트레이드를 추진해 끝내 영입한 이유가 있다.

전광인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일단 많이 봐야 한다. 또 공이 길 때, 짧을 때 때릴 수 없는 위치가 분명히 있다. 그런 위치들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수비 위치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또 세터의 움직임도 눈여겨보면서 위치를 잡아야 한다. 물론 후배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보더라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 나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무엇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남들보다 한발, 반발이라도 더 움직였다는 거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