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 조추첨식이 다가오는 가운데, 홍명보호는 좀처럼 '2포트 최약체'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유럽-남미의 시선 모두 비슷하다. 영국 DAZN은 최근 내놓은 잉글랜드 최상-최악의 조추첨 시나리오에서 한국과의 만남을 '최상'으로 분류했다. 매체는 '2포트에는 한국, 일본, 이란, 호주가 있다. 아시아팀과 만난다면 잉글랜드가 2포트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되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르헨티나 매체 TyC스포츠도 본선 진출국 전력 분석에서 한국을 2포트 최약체로 지목했다.
2포트에는 아시아 4개국 외에 크로아티아, 모로코, 콜롬비아, 우루과이, 스위스, 세네갈, 에콰도르, 오스트리아가 포함돼 있다. 이들의 면면은 아시아 국가를 압도한다. 크로아티아는 2018 러시아 대회에서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고, 모로코는 2022 카타르 대회 4강 신화를 썼다. 콜롬비아는 2014 브라질 대회 8강, 우루과이는 2010 남아공 대회 4강 진출국이다. 스위스와 세네갈도 각 대륙 예선 1위로 본선에 올랐고, 앞선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 이력이 있는 강호다. 에콰도르는 '정글'로 불리는 남미예선에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로 본선행에 성공했고, 오스트리아는 유로2024에서 프랑스, 네덜란드를 제치고 16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름값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전력에서도 홍명보호에 비해선 한 수 위라는 평가.
아시아권 진출국 중에서도 홍명보호의 전력이 저평가 되는 이유는 최근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2022 카타르 대회에서 독일, 스페인을 연파했던 일본이 10월 친선경기에서 브라질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란과 호주는 선수층이나 개인 기량 면에서 홍명보호와 큰 차이가 없지만, 피지컬과 조직력 면에서는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국 축구는 지난 4년 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카타르월드컵을 마치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물러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전환했으나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결과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빚어진 잡음도 상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3차예선을 통과하면서 본선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술 및 조직력 완성이나 스쿼드 뎁스 확보 등 팀 근간을 이룰 여러 과정이 정체되면서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을 놓쳤다. 이런 모습이 결과적으로 홍명보호를 향한 박한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냉정한 세계의 시선, 한국 축구에겐 낯설지 않다. 1954 스위스 대회에서 첫 본선에 올랐을 때나, 1986 멕시코 대회에서 본선에 복귀해 1998 프랑스 대회까지 연속 진출 행보를 이어올 때도 그랬다. 공동개최국 자격으로 나선 2022 한-일 대회 역시 한국은 '다크호스' 정도로 지목될 뿐이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 속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4강 신화를 썼고, 한국 축구의 신기원을 열었다. 남아공 대회에서 허정무호가 일군 사상 첫 원정 16강, 러시아 대회 독일전 승리, 카타르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잡고 쓴 '도하의 기적' 모두 치밀한 준비가 이룬 성과다. 결국 북중미에서의 성공 키워드도 '열공'이다.
홍명보 감독은 본선 조추첨식을 참관한 뒤 미국 현지를 둘러보며 베이스캠프 선정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대회 때 미국 마이애미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의 경험이 이번 북중미 캠프 선정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